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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전 회장의 죽음과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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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온 비보(悲報)는 한국 농민은 물론 전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이 WTO 농업 협상 반대를 외치다 현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물론 이 전 회장의 죽음은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개인적인 결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계화'의 거센 파도와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한국 정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몰린 한 농민이 죽음으로 밖에 항변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시스템 부재(不在)가 만들어낸 희생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다.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다보스 바람'과, 개도국과 제3세계가 자국을 보호하기위해 반 세계화를 부르짖는 소위 '시애틀 바람'으로 양분돼있다.

세계 무역관련 회의가 열릴 때마다 반대 시위는 그치지않고 있으며 그 세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12대 무역 대국이면서도 무역회의에서만은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농업의 경우 전통적.정서적으로 한국민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있어 '시장 기능'에 맡길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점을 안고 있다.

한국이 농산물 시장에서만은 개도국지위를 유지해야하는 필연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백만 농민이 빚더미에 앉은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의 개방은 곧 농민과 농촌의 '무덤'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계화의 물결은 이런 특수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않는다.

이 전 회장의 죽음은 이제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갈등이 우리 농촌에까지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다.

농업은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온 산업인 만큼 결자해지의 책임도 정부에 있다.

시장 기능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 그에 따른 농촌 안전망(safety net) 장치부터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농업 비농업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에 걸쳐 2006년부터 전면적인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을 규정할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갈등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갈등은 정부가 도맡아 해결해야한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일본과 농업협상 공조방안 등 앞으로 농업 문제는 첩첩산중인데 벌써부터 무고한 농민이 갈등의 희생물이 된다는 것은 곧 정부의 문제 해결능력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이 전 회장의 죽음은 곧 정부를 향한 농민들의 볼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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