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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에 저항한 요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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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인물 현대사'는 19일 밤 한국 현대 영화사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하길종 감독의 생애를 다룬 '영화는 없다 - 하길종' 편(밤 10시)을 방송한다.

72년 '화분'으로 데뷔한 하 감독은 '수절', '바보들의 행진', '여자를 찾습니다', '속 별들의 고향', '병태와 영자' 등 모두 일곱 작품을 남기고 1979년 3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의 영화 작업 시기는 암울했던 유신 시대와 정확히 일치한다.

박정희 정권은 영화법 개정을 통해 일제 때부터 이어져 온 검열을 더욱 강화한다.

정부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금지함은 물론 사회의 어두운 면이라 하여 초가집에조차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하게 했고 반공 영화, 새마을 운동 영화 등 정부 시책에 부응하는 국책 영화 제작을 적극 권장한다.

따라서 이 시절 한국 영화는 제목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들이 양산된다.

그러나 반전, 평화 등 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셌던 1960년대 후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하길종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시나리오 사전 검열, 영화 사후 검열 등 이중 검열의 통제 속에서도 비록 우회적이긴 하나 유신 정권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화분', '수절' 등의 영화를 만들지만 사전 검열에서 20여분씩 무참히 잘리고 흥행에서마저 실패한다.

그 후 '바보들의 행진'을 통해 탈출구 없는 평범한 대학생들의 암울한 상황을 영화화 해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끈다.

영화 속에 삽입된 노래 '고래 사냥', '왜 불러'도 함께 인기를 끌어 당시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도 이 노래가 불려진다.

결국 이 두 노래는 '시의에 부적절하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고 하길종 또한 정보 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다.

'한네의 승천'을 통해 새로운 예술 영화를 모색하던 그는 결국 '속 별들의 고향', '병태와 영자'를 통해 상업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

영화 제작자들의 눈밖에 나면 영화를 포기해야만 했던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업영화를 통해 제작비를 모은 그는 오랜 친구인 김지하 시인과 10여 년을 기획해 왔던 동학 전쟁을 소재로 한 '태인전투' 촬영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는 '태인전투'를 유품으로 남긴채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된다.

자유에 대한 억압에 좌절하던 그는 결국 자신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만 것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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