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멕시코의 도시 '칸쿤'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세계 각국의 농업개방 문제를 다루는 세계무역기구(WTO)의 5차 도하개발어젠다(DDA·다자간 무역협상) 각료회의가 열렸기 때문. 이 회의는 주요 분야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14일 막을 내렸지만 향후 일정과 각국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많은 함의를 담고 있다.
특히 회의 시작 전부터 계속된 세계 농민들의 농업개방 반대 시위에서 이경해 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장이 자살해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칸쿤 회의의 의미와 과정=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10년 만에 재개된 새로운 농업협상이 2003년 멕시코 칸쿤회의다.
가장 큰 의제는 농업시장 개방의 폭에 관한 문제이다.
1993년 12월에 타결된 UR협상에서는 농산물의 수입금지나 허가제도 등 비관세 수입제한조치를 폐지하고 관세화하는 한편, 생산이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지급하던 보조금도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국은 관세와 보조금을 매년 감축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추가적인 농산물 무역자유화를 위해 협상을 다시 하기로 한 UR합의에 따라 2000년 1월부터 농업협상이 시작됐다.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4차 WTO 각료회의에서 DDA가 출범했고 여기서 농업협상의 기본 방향과 일정이 확정됐다.
칸쿤에서 열린 5차 WTO 각료회의는 농업협상의 구체적 실천조항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주요 분야에서 각국의 주장이 워낙 엇갈려 기본적인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결렬 원인=외형상으로는 외국인투자와 경쟁정책, 무역 원활화 등 '싱가포르 이슈'에 대해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ACP)연안 국가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업 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컸던 것이 본질적인 이유로 지적된다.
유럽연합은 농업 협상에서 수출보조금 유지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했으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개도국과 정면 충돌함으로써 협상 진전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농업협상의 전망=칸쿤회의 결렬로 내년말 시한인 DDA협상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WTO는 오는 12월15일 이전에 제네바에서 일반 이사회를 열어 이견을 조율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 농산물 협상의 세부 원칙에 접근조차 못했기 때문에 협상 일정도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협상에서 급격한 관세 감축을 골자로 하는 선언문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통상정책뿐만 아니라 농업분야 구조조정 등 산업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고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보조금 인하 등에도 시급히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관련 용어
◆싱가포르 이슈=199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WTO 각료회의에서 제기된 내용. 투명한 세계무역을 위한 정부조달 투명성, 무역 원활화, 경쟁정책, 투자 및 투자협상 등 4가지다.
정부조달 투명성은 각국 정부가 국내외 업체에 동일한 기회를 주자는 것이며, 무역 원활화는 통관 절차 간소화가 핵심. 경쟁정책은 공정거래를 위한 국제 규범을 만들자는 주장이고 투자협상은 국제 투자의 규칙을 담고 있다.
◆케언즈 그룹(cairns group)=농산물 수출국 중에서 농산물 수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들의 모임.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되기 한달 전인 1986년 호주의 케언즈시에서 결성됐다.
인위적인 조절을 배제한 농산물 가격의 완전자유화가 최종목표. 회원국은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등 15개국.
◆비교역적 관심사항(Non-Trade Concerns·NTCs)=무역을 통해 이룰 수 없는 농업이 지닌 고유한 역할로서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지역의 활력 유지 등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가리키는 용어. 우리나라, EU,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은 관세나 보조금을 급격히 감축한다면 국가에 따라서는 농업의 유지 자체가 어려워져 NTC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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