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래식 선율로 주민들 마음 녹여

칠곡영챔버 오케스트라는 꿈나무 음악인들인 초.중학교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30여명의 단원들은 모두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들로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 악기를 수년간 배워온 학생들.

영챔버 단원들은 대부분 칠곡군 왜관읍지역에서 초.중학교에 다니는 남녀 학생들이지만 일부는 인근 구미나 대구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창단 된 영챔버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정기연주회, 자선음악회, 위문음악회 등 13차례의 공연을 통해 갈고 닦은 연주실력을 선보였다.

해마다 상.하반기로 나눠 정기공연을 포함 2차례식 공연을 하면서 단원들의 연주실력과 기량이 크게 향상 된 것은 물론이다.

영챔버 오케스트라는 개관식 등 칠곡군의 각종 행사와 결식아동, 독거노인 돕기 등 지역사회를 위한 뜻 있는 일에도 적극나서 군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구미시 초청으로 금오산 야외특설무대에서 공연을 갖는 등 연주활동 반경이 이제 칠곡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창단 4년째를 맞은 영챔버 오케스트라가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은 지역주민들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후원 덕분이다.

왜관신용협동조합은 회의실을 연습장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연습에 필요한 각종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학생들도 이에 대한 보답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쪼개 일주일에 두시간씩 오케스트라 연습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것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자기 혼자 연습을 하다 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연습효과도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지만 서로 어울려 연주를 하다보면 실력도 쑥쑥 느는 데다 재미도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악기만으론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음악의 아름다움을 여러 소리가 한데 어울려 나오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좋단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김진솔(13.약목초등 6년)군은 "단원들과 호흡을 맞춰 연습을 하면서 화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되었고 나 자신이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한다는 것이 너무 놀라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첼로연주자로 안후윤(15.왜관중2년)양은 "나도 남 앞에 서서 좋은 음악을 선사할 수 있는게 너무 가슴 뿌듯하다며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 어린 단원들에게는 음악을 통한 봉사활동의 보람도 잊을 수 없다.

김미애(14.왜관중1년)양은 "고아원이나 양로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위문공연을 했을 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모습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음악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은 단원이 된 후 선생님들의 지도로 자신의 연주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방성정(10.구미송정초등3년)양은 "언니들이 모르는 것은 옆에서 도와주고 해서 바이올린을 좀더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칠곡 영챔버 오케스트라의 오늘이 있기까지엔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바이올린과 플루트, 첼로 등 지도강사들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산파역을 자임하고 나선 고은경(35)단장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대학졸업후 칠곡군 왜관읍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고단장은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동료나 대학후배들에게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를 한번 결성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한게 칠곡 영챔버 오케스트라 창단 계기가 됐다.

대도시에서도 어렵다고 하는 오케스트라를 군 단위 지역에서 창단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엄마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시골아이들에게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폭넓은 음악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가 공감대를 이루면서 경북도내 군 단위 지역에 첫 오케스트라 탄생이란 성과를 거두었다.

음악학원에 다니거나 개인레슨으로 음악을 배우던 칠곡지역 초.중학생들은 자신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오케스트라 창단을 크게 반겼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자리를 잡을 때까진 순탄하지만 않았다.

지금은 오케스트라 단원 숫자가 30여명이나 되지만 출범 이후 한때 단원을 확보 못해 애를 먹었으며 아이들이 내는 각자 다른 악기소리를 오케스트라 속에 녹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음악을 전공한 지도강사들은 연습 때마다 달려와 어린 단원들이 알기 쉽게 틀린 부분을 바로잡아 주었으며 학생시절 고단장에게 음악을 배워 음대를 졸업한 김현민(25), 이은미(25), 김주영(25)씨 등 3명의 여제자들도 고향에서 스승이 만든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성공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고단장의 계명대 음대 동기인 장현석(35.대구시향 단원)씨도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아 단원들의 실력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장씨는 시골지역에서 오케스트라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며 단원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음악적 감수성이 뛰어나 가르치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게 무척 빨라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정기연주회 때는 대구, 부산, 마산 등지의 시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이 찬조 출연해 공연을 빛내주는 등 영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이제 지역주민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 해주고 있다.

해마다 오디션을 거쳐 단원을 선발하는 칠곡 영챔버오케스트라는 이제 오디션을 볼 때 40여명의 초.중.고 재학생들이 응시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또 매년 기존단원들도 오디션을 통해 재 선발하는 등 단원들의 자질 향상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칠곡 영챔버오케스트라의 운영은 단원들을 음악전문가로 키우기 보다 생활 속에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살아가는 음악애호가를 육성하는데 중점을 둔다.

고은경 단장은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음악회장에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음악애호가로 자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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