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받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직후부터 청와대참모들은 대책회의를 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노 대통령이 회견 전에 청와대참모들과 재신임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핵심참모들조차 재신임회견 직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부터 재신임문제를 깊이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발리에서 귀국한 9일 저녁 소집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내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며 결심의 한 자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문재인 민정수석으로부터 최도술 전 비서관 관련사항 등을 보고받은 뒤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참모들은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만류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제가 적절하게 알아서 하겠습니다"며 구체적인 언급없이 논란을 정리했다.
참모들은 노 대통령의 입장이 재신임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 때 이미 재신임구상을 굳혔다는 것이 한 핵심참모의 전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석.보좌관들은 노 대통령이 최 전 비서관 사건에 대한 대국민사과나 대선자금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려는 것으로 알았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안보관계장관회의 직후 문희상 비서실장을 따로 불러 최종결심을 밝히고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실장과 재신임문제를 상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수석이나 유인태 정무수석같은 핵심측근들은 회견직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이 발리에서부터 재신임 구상을 다듬어왔고 극소수의 참모들과 협의를 했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발표할 것으로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문 수석은 "대통령이 적지않은 시간동안 숙고해왔다"면서 "가까운 몇사람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해 극소수의 핵심참모들과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문 수석은 "개인적으로는 국민투표방식으로 재신임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해 재신임방식과 시기 등 재신임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최도술 전 비서관의 SK비자금수뢰의혹은 노 대통령이 재신임카드를 던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수사결과 다 밝혀지겠지만 그의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 할 수가 없다"고 말한데 이어 "국민들은 책임을 사면받은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하는 등 최 전 비서관의 수뢰혐의를 파악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사면받겠다는 것은 노 대통령이 최 전 비서관의 혐의를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표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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