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만 가지고도 우리는 이 사회를 훌륭하게 건설하는 철학을 정립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오늘날까지도 전통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유교는 우리에게 있어서 영원한 앎의 기저일 것이며 상식의 예찬일 것입니다".
철학교수.한의원장.방송 강연자.신문기자 등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인 도올 김용옥(55) 중앙대 석좌교수가 31일 오후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유교와 앎'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동아시아 유교와 근대의 앎(知)'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한 김 교수는 특유의 강렬한 어투와 열정적인 강연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먼저 '인간의 앎'을 몸에 관한 앎과 몸을 둘러싼 환경세계에 대한 앎으로 나누면서 그러나 궁극적으로 몸과 세계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를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몸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몸은 기(氣)의 사회(Society)이며, 세계는 기의 사회들의 사회입니다. 따라서 몸에 대한 앎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계를 알 수가 없으며, 세계에 대한 앎을 통하지 않고서는 몸을 다 알 수가 없습니다. 몸은 세계며, 세계는 바로 몸인 것입니다". 김 교수는 "유교적 앎이란 바로 몸과 세계의 통합, 물리(物理)와 인리(人理).생리(生理)의 융합이라는 총체적 앎을 전제로 해서만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앎에 대한 사고가 지나치게 과학(science)이라고 하는 '유령'에 짓눌려 있다고 지적한 그는 "과학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앎이며, 인간의 앎은 인간이 잘산다는 문제와의 관련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이성이 밝혀 놓는 모든 법칙도 인간의 삶이 없이는 무의미한 것"이라며 "앎은 삶에 귀속된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지금 진실로 논구해야 할 것은 오직 무엇이 과연 잘사는 것이냐 하는 문제일 뿐입니다".
'앎이란 곧 사람을 아는 것이다'란 공자의 얘기를 인용한 뒤 김 교수는 "유교의 앎은 물리보다는 인리를 추구한 앎이었다"고 규정했다. 물리를 인리에 귀속시켰던 유교에 있어서 인간의 앎은 곧 인간을 아는 것, 인간을 안다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을 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인간다움이 곧 인(仁)이라 말할 수 있겠으나, 그 인에는 인성의 보편적 선(善)이 전제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앎과 모름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고 할 때, 그 경계를 분명히 하는 기준은 앎보다는 모름에서 더 선명하게 주어진다"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때만이, 아는 것이 아는 것으로서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름에 대한 예찬이야말로 유교적 앎의 특성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러한 태도가 유교적 앎을 형이상학적 독단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보편적인 민(民)의 기회균등을 위한 도덕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측면 등에서 남한은 유교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남북한의 대화는 유교를 매체로 해서 이루어질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며 "남북의 교류도 결국 유교적 사회주의와 유교적 자본주의의 융합으로서 해석될 여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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