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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와인부부"-황성연.김성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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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이도 와인 마셔보고 싶어? 안 되는데 어떡하지~".

깊어가는 가을밤. 황성연(35.대구시 만촌1동) 김성은(33)씨 부부는 모처럼 분위기를 잡았다.

식탁에 켜놓은 은은한 촛불 그리고 와인…. 둘만의 분위기를 잡는데 와인만큼 좋은 술이 있을까. 돌이 갓 지난 딸 소정이는 눈을 반짝이며 잠잘 생각을 않는다.

"그래, 소정이도 끼워줄게".

와인은 집 근처 할인점에서 샀다.

한 병에 1만원. 호주산 '린드만 쉬라스꺄비넷'.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괜찮은 와인이다.

서로 잔을 부딪치며 은근한 눈빛을 주고 받는 두 사람. 지난달 25일 집에서 소정이의 돌잔치를 할 때도 상에 와인을 내놓을 만큼 이 부부에게 와인은 생활 가까이에 와있다.

"할아버지, 손자, 며느리… 가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소주잔을 같이 들기는 어려운 것 아닙니까. 그러나 와인은 여자들도 부담없이 같이 건배할 수 있어 가족 문화를 이루는데 좋습니다".

와인 자랑을 늘어놓는 황씨는 '다음' 카페 '대구와인클럽'의 골수 멤버다.

지금은 회원이 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지만 처음엔 그를 포함한 세 명이 모임을 시작했다.

"비싼 와인이 좋은 게 아닙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이 가장 좋은 것이지요. 몇 천원하는 와인도 있는데 다양한 맛을 접해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는 칠레, 스페인, 호주 등 3세계 와인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3세계 와인은 가격이 부담이 없으면서 맛도 좋아 초보자들이 시작하기에 무난하다.

요즘 정통 프랑스 와인을 맛보고 있는 그는 입안에 꽉 차는 '묵직한' 레드와인을 좋아한다.

반면 아내 김씨는 약간 달콤한 맛을 좋아한다.

처음엔 사이다처럼 탄산을 더 가미한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 마셨다.

아이가 아직 어려 동호회 활동은 같이 못 하지만 남편 때문에 와인을 마실 기회가 많아졌다.

황씨는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털피'로 통한다.

'털파리'의 줄임말. 어릴 때 아버지가 즐겨 불러준 이름이다.

그래서 '다음' 카페 ID도 '털피 1968'로 정했다.

출생연도인 1968을 붙인 것이 꼭 와인에 빈티지(생산 연도)를 표시하는 것과 닮았다.

한의사인 그는 한의원 사무장도 동호회원중에서 구했다니 와인에 어느 정도 빠져있는지 알 만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를 발효시켜 먹듯이 발효주인 와인은 기다림, 느림의 미학입니다

된장, 청국장 등 발효식품이 많은 우리나라 식문화와 잘 어울리지요. 와인이 외국 식탁에 자연스레 오르는 것처럼 반주삼아 먹는 음식 문화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는 와인이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술로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를 비롯한 동호회원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와인의 대중화다.

어디에서 어떻게 마시든지 자신이 편하게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겨울에 햇빛이 적으면 우울증 증상이 심해집니다.

이럴 때 와인은 거의 약이나 마찬가지지요. 와인은 다른 술처럼 중독 증상도 적은데다가 건강에 좋은 점이 의학적으로도 입증됐습니다".

아내와 다정하게 사진 촬영에 응한 황씨. "이제 슬슬 2세를 만들어야 되는데 아내와 와인 좀 자주 마셔야겠다"며 웃음지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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