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지역신문들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더 잘 다가가려는 내부 노력을 보태 사회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서구 사람들에게 신문의 의미는 지역신문이며 전국지를 보는 사람들은 이해관계를 가진 일부 계층에 머물러 있음을 이번 취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지역신문들은 지금 벼랑 끝에 직면해 있다.
대구와 부산에서 지역신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선 지역신문이 모두 전국지에 안방을 내주고 있다.
최근 광고주협회 조사 결과를 분석한 제주대 고영철 교수는 "지방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8.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와 부산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선 지역신문이 거의 제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부산 동의대 문종대 교수는 "지방언론의 실패는 단순한 지방언론사만의 실패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역신문이 전국지에 잠식돼 버린다면 그렇지 않아도 일방적인 우리나라의 중앙집권 구도하에서 지역민의 이해관계나 지역민의 여론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돼 버리기 십상이다.
대구 가톨릭대 최경진 교수는 "지역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기반한 지방자치가 정착되기 위해선 지역사회가 당면한 해결해야 할 제반 문제에 대한 여론을 조성.수렴.반영하고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지역문화를 발굴 육성 전수할 지역신문이 제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 활성화 없이는 지방자치제에 근거한 민주주의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지역신문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우리보다 언론문화가 훨씬 앞섰다고 여겨온 선진국에서도 여론다원화를 위한 다양한 신문지원프로그램이 있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신문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스위스 같은 나라는 언론에 대한 직접 지원을 하기 위해 최근 헌법까지 고친 상태다.
이들 국가들은 '민주주의 토양 형성을 위해 저널리즘에 대한 정부 지원은 하등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지역신문 활성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빈사 상태인 지역신문에 우선 산소를 공급하면서 동시에 제대로 된 언론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신문개혁을 요구하는 작업이 병행된다면 지역신문이 살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회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각각 2개의 지역신문지원법안을 제출했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기금을 조성해 지역신문에 지원하고 독립된 민간위원회를 통해 이를 관리해 나가자는 것. 지원대상과 지원기준 등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기금 조성외는 특별한 지원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다원화를 위해 언론에 대해선 독과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시설투자자금.구조조정자금.공공기관 광고의 지역신문 배정 의무화 등은 논의가 제대로 안된 상태다.
신문종사자들은 퇴출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역신문지원이 오히려 신문사 난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현 상태에서의 지원 기준이라면 지원받지 못할 신문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신문지원법은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을 아직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신문들의 비언론적 행태 때문에 '오히려 없어져야 할 것을 왜 지원하느냐'는 냉소적 시각이 많은 탓이다.
당연히 지역신문발전지원법에는 지원과 함께 퇴출을 명시하는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에서 지역신문이 전국지보다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지역분권과 지방자치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적 생활 구조를 갖고 있는 현재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지역신문의 생존 차원에서라도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외부적 환경 이외에 △지면에서 철저한 지역화 △지역민들을 위한 신문사 공간 배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문교육 강화 △광고비중 축소 등은 우리나라 지역신문이 스스로 해결하거나 해결을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할 과제임이 드러났다.
또 신문사의 정확한 시장 조사에 근거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프랑스 리용의 '르 프로그레스'는 리용인구의 80%가 자사 신문을 읽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독자 수용자 조사 결과 20%만이 유료 독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독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5년간 7천만유로(약 900억원)를 투입한다.
경북대 정걸진 교수는 "지역신문들이 외부의 지원만 기대해서는 자생력을 얻을 수 없다"며 "지배주주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내부 구성원들의 자구 노력이 병행되는 길만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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