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할 때면 성스러운 느낌을 갖습니다.
진정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죠". 사바세계의 중생 포교를 위해 달린다는 구미 대둔사 주지 진오(41) 스님.
진오 스님은 지난 8월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열린 '2003 아이언맨 코리아 트리아애슬론대회'에서 완주시간 12시간27분47초로 당당히 철인(아이언맨)으로 등극했다.
제한시간인 17시간보다 무려 4시간 이상 앞당긴 기록. 마라톤도 10여 차례 완주했고, 최고 기록은 3시간13분대. 대회 이후 절에서 '철인스님'으로 통한다.
스님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그저 유명세라고 생각한단다.
"스님이라는 작자가 법복 훌훌 벗은 채 그것도 핫팬츠 차림으로 명경알처럼 반짝이는 머리통을 흔들어대며 달릴 때는 부처님께 죄 짓는 기분이 들지요. 이것도 포교활동이려니 생각하면 금세 잊혀집니다". 2년전 이맘때 스님에게 간염이 찾아왔다.
종단에서 운영하는 구미금오사회복지관 부관장을 맡으며 몸을 혹사시킨게 화근.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 경험담을 들려주며 마라톤을 권유했다.
스님은 지극한 동물보호론자다.
뛸 때마다 앞뒤로 '동물사랑', '자비광명'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대둔사에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 5마리가 살고 있다.
거리를 떠도는 강아지가 있으면 스님에게 연락이 온다.
"사람들은 참 간사합니다.
자신이 외롭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던 애완동물이 병들고 나이 먹었다고 길에 마구 버리거든요. 안타까운 마음에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내후년쯤에 전국 스님들을 대상으로 '제1회 불교마라톤'을 여는 게 꿈이다.
수익금으로 중증장애인 100명에게 전동휠체어를 사주겠다는 것. 최근 인터넷 다음사이트에 '불교마라톤클럽' 카페를 열고 회원 모집에 열중이다.
"사람들은 달리기만큼 지루한 운동이 없다고 하죠. 하지만 마라톤은 매순간 신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고, 수행 역시 자신의 내면적 한계를 향한 도전입니다". 산문을 나서며 진오 스님이 남긴 말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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