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의 내 인생은 가짜였다?'
한달 전 병으로 갑작스레 남편을 잃은 주부 양모(48.대구시 북구 태전동)씨는 상속서류를 준비해 보험회사에 갔다가 아연실색했다.
보험회사는 양씨의 주민등록번호가 호적상의 주민등록번호와 틀려 상속이 불가능하다며 등을 떠민 것. 놀란 가슴을 안고 구청을 찾은 양씨는 20여년전 결혼할 당시 동사무소 직원이 호적을 옮기면서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틀리게 기재한 것을 발견했다.
양씨는 "호적부 앞뒷장의 성이 틀리는 등 엉터리 투성이었다"며 "50~60통에 이르는 상속서류도 문제지만 운전면허증과 통장, 보험까지 내 앞으로 된 모든 것을 바꿀 것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호적부와 주민등록부간의 인적사항이 공무원 실수로 잘못 기재돼 상당수 시민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11월 수기(手記)로 된 호적부를 전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더기 오류가 발생해 주민등록 정정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 본적지, 호주,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주민등록법상 신분사항이 틀려 주민등록 정정 신청을 한 뒤 새 주민등록을 받은 사람은 지난 6월까지만 6천453명(4천284건)에 이르고 있다.
현행 법체계는 호적법이 주민등록법보다 상위에 있어 오류가 있을 경우 주민등록을 바꾸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구청이 직권으로 새 주민등록증을 발급해 주더라도 당사자들은 자신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모든 서류들을 함께 수정해야 해 상당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호적을 고칠 경우 서류 한장이면 끝나지만 현행법상 주민등록을 수정해야 하는 탓에 당사자로서는 억울하지만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호적 전산화가 지난해 이루어져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모(23.대구시 동구 검사동)씨는 "출생신고 당시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되는 바람에 뒤늦게 학적부, 은행 통장, 운전면허증, 보험증 등 모든 서류를 바꿔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마치 내 인생이 가짜같은 허탈감에 빠졌다"고 했다.
이모(27.여.대구시 남구 이천동)씨도 "최근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의 한자표기가 호적부와 주민등록표간에 달라 수정하느라 얼마나 뛰어다녀야 할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냈다.
이에 대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안선광 조사관은 "공무원의 실수로 주민등록 상 인적사항이 잘못 기재된 경우 원칙적으로 구청 등 해당 기관에 정정 의뢰 대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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