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카드 봉투에 붙이는 크리스마스실(Christmas seal)은 엄동설한의 혹독한 겨울에 따뜻한 정감이었다. 이젠 그런 우표 모양의 크리스마스실은 볼 수 없게 됐다.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하는 대한결핵협회가 12지간(支干) 동물을 도안한 올해 실을 지금까지 고수해온 우표 형태에서 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형태로 변경한 것이다. 오랜 추억을 지닌 크리스마스실이 시대 흐름에 따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결핵퇴치기금 모금을 위해 발행 판매하는 크리스마스실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장이던 아이날 홀벨이 착안해서 1904년 12월 10일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당시 세계는 결핵이 만연하여 어린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홀벨은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나누기위해 연말이면 산더미처럼 쌓이는 우편물을 보고 그 우편물에 아주 작은 정성 하나씩만 첨부할 수 있다면 결핵에 걸려 숨져가는 수많은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덴마크에서 성공을 거둔 크리스마스실은 전세계로 확산됐고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인 1932년 12월 캐나다 선교의사 셔우드 홀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황해도 해주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며 결핵퇴치에 헌신하던 홀은 기금 모금과 결핵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을 계몽하려고 실을 만들었다.
당시 크리스마스실이 결핵과 싸운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는 바람에 실을 사서 가슴에 붙이기도 하고 병이 낫지 않는다며 돈을 물러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홀이 1940년 스파이 누명을 쓰고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될 때까지 만든 9개의 실은 남대문을 시작으로 한복입은 여인 모습, 널뛰기, 연날리기 등 모두 우리 민속을 아름답게 그려 넣은 것들이었다. 해방이후 크리스마스실 발행이 재개됐다.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실은 아이들에게 작은 나눔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한편 특유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척박했던 시대에 아이들에게 작은 꿈을 꾸게 하는 겨울동화의 한자락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던 결핵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15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해서 지난해만 3천여명이 사망했다.
인구 10만명당 6.6명이 숨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사망률 1위다. 크리스마스실이 가장 많이 팔려야 할 나라가 한국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결핵이 어떤 병인지, 크리스마스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잘 모른다. 새롭게 태어난 스티커형 실이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와 작은 소망의 징표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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