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관 100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문제점은?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도시, 대구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난 8월 7일 개관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석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개관 기념작 오페라 '목화'와 '2003 대구오페라축제'를 비롯해 각종 공연을 치러냈다.

오는 15일 개관 100일을 맞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문제점과 개선점 등을 짚어본다.

◇제일모직, 생색만 냈나?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대구에서 태동한 삼성그룹의 모체인 제일모직(주)이 500억원을 들여 지어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부지 2천620평, 1천508석 규모의 오페라전용 공연장으로서 450평 규모의 변환 가능한 이동식 무대와 첨단 조명시스템, 최대 110인이 연주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비트를 갖추고 있다.

음향의 경우 예술가마다 다소 다르긴 해도 대구는 물론이고 국내 여느 연주장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시민과 예술계 인사들의 반응은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대구시민들을 위해 제일모직이 이 정도 시설을 지어준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이왕 지어줄 바에야 제대로 지을 것이지 삼성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는 시설"이라는 비판적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시설적 측면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로비가 너무 좁다.

오페라극장에서는 로비가 무대와 객석 못지 않게 중요한데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로비는 입장객들이 막간에 쉬면서 사교 활동을 벌이기에는 턱없이 비좁고 휴게시설이 제대로 없으며, 연회장을 갖추지 못했다.

비좁은 로비 여건 때문에 옥외로 창구를 낸 매표소도 오페라하우스로서는 걸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객들이 가장 많은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화장실. 여자화장실 좌변기가 34개밖에 안돼 인터미션 때 1층 로비에는 여성 관객 수백명이 화장실 앞에 줄을 서는 북새통이 연출되고 있다.

공연장 면적에 비해 객석 수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대구오페라하우스는 1천300석 규모로 설계됐지만 대구시의 요청에 의해 1천500석 규모로 설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 규모 이상으로 들어찬 객석 때문에 의자간 간격이 좁아 관객이 이동하는데 불편을 겪고 있으며, 무대 쪽과 가까운 발코니 안쪽 좌석 일부에서는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빚어지고 있다.

공연 때마다 수백대의 주차 수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주차공간은 132대에 불과하다.

결국 인근 제일모직 부지를 임시주차장으로 2005년말까지 무상 사용하는 궁여지책이 동원되고 있을 정도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여러가지 시설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아파트 숲에 꼭꼭 숨어라?

시민들은 널찍한 주변 조경과 조각공원, 미려한 외관 등을 가진 대구의 명물이 생기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시민들의 이같은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부지는 2천620평밖에 안돼 연건평 5천200평인 본건물 하나가 들어서기에도 벅차다.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와 대형소매점이 위치해 있는데다 남쪽에는 20층 아파트 단지가 또 들어설 예정이다.

제일모직 터에 20~4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도심 속 아파트에 가려져 찾기조차 힘든 공연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김희윤 대구시립오페라단 상임감독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채 잘 보이지도, 찾기도 힘든 애물단지로 전락할까봐 걱정"이라며 "삼성 측이 마지 못해 지어준 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문학봉 대구예술대 서양음악과 교수도 "대구오페라하우스 입지를 선정하고 설계를 하면서 예술인들의 자문과 의견 수렴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며 "삼성 측이 이왕 대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마당에 신경을 좀 더 썼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한 관계자는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으로서, 대구시와 북구청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많은 양보와 출혈을 감수했다"고 전했다.

삼성 측은 500억원을 들여 지어 기증한 대구오페라하우스에 대해 시민들의 평가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대구시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내년도 운영경비 예산안 24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또한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산안 8억원과 기획공연비 4억원 등을 내년에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1년 동안에만 대구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위해 36억5천만원의 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1년 내내 가동하더라도 재정 자립률이 30%를 넘기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이 예상하고 있는 내년도 재정자립률은 13%에 불과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 한 관계자는 "오페라하우스를 찾는 입장객 1명당 시가 10만원씩 보조해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 당국의 예산 지원은 기회비용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경우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대구시의 전체 '파이'가 획기적으로 커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는 자칫 다른 예술분야에 대한 지원 규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종합문화예술 인프라의 명실상부한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오페라하우스와 인접한 위치에 콘서트 전용홀이 들어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은 800~1천200석 규모의 콘서트 전용홀을 대구오페라하우스 남편 또는 동편 부지에 짓고 지하에 주차장을, 콘서트 홀 건립 잔여부지에 음악테마형 조각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시 재정 여건으로 볼 때 추진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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