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된 이후 조금 뜸하다 했더니 다시 대통령 아들에 관한 스캔들이 터져나왔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인 전재용씨가 수백억에 달하는 비자금을 관리했다느니, 거기에 모 여배우가 관련되어 있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시중에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다.
두고보아야 알 일이긴 하지만 또 다시 대통령의 아들 이름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 같다.
우리 현대사의 대통령들이 모두 불행했던 것처럼 그 아들들 또한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게 사실이다.
우선 40대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박정희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씨를 기억할 것이다.
귀염성 있는 작은 얼굴로 안간힘을 써가며 군인아저씨들과 팔씨름을 하는 모습,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손을 잡고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 아버지의 정치적 공과와는 상관없이, 어머니와 함께 그는 국민에게 인기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동화 속의 소공자같던 그 꼬마는 아버지의 정치적 탈선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추문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중학교 입시의 폐지가 바로 그 아이를 위한 것이라느니, 고등학생이 된 그 소년이 밤마다 청와대를 몰래 빠나와 인기 연예인들과 어울린다느니, 1970년대 중반에 일어난 이른바 '대마초 파동'은 바로 그 연예인들 때문이었다느니, 아들의 방종을 막지 못한 박대통령이 억지로 육사에 입교시켰다느니…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갖가지 스캔들은 끝이 없었지만 결국 그는 육사생도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빈소에 나타났다.
그 이후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아온 그가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때는 반드시 무언가 사건이 터진 후였다.
몇차례에 결친 마약관련 사고, 사업의 실패 등등…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아버지의 후광을 견뎌내지 못한 그는 전형적인 '몰락한 귀공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는 어떤 식으로든 권력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니, 권력이란 것이 지긋지긋할 만도 하겠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아들들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비교적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장남인 전재국씨는 출판계에 투신해서 지금은 손꼽히는 대형출판사의 경영자가 되었다.
그 배경에 역시 아버지의 비자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되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드러난 내용이 없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현씨도 공식적인 활동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아버지가 법정에 설 당시에는 정치입문에도 의욕을 보였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에 이르러서 대통령의 아들들이 정치적 실세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소통령'이니 '소산'이니 하는 호칭까지 들어가면서 한동안 2인자로 군림한 결과는… 자신도 법정에 서야만 했고, 아버지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나쁜 의미에서 일조를 한 셈이 되고 말았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그의 행보는 앞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하다.
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했을 김대중 전대통령의 아들들도 결국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김홍업, 김홍걸씨는 물론이고 김홍일 의원에 대해서도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 못하다.
그들 역시 실패한 아들들이 되고만 것이다.
그들이 한창 궁지에 몰려있을 때 이런 항변이 터져나온 것이 있다.
대통령의 아들은 사람도 마음대로 못 만나는가?
그렇다.
대통령 아들로 태어난 것이 무슨 죄냐고 할 수도 있다.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령 박지만씨의 경우와 김현철, 김홍업씨 등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
전자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아들이 되었지만 후자는 대통령의 아들이 되기를 추구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들이면서 측근이랄 수 있는 존재이기에 더욱 더 처신을 분명하게 해야만 했던 것이다.
전재용씨를 둘러싼 스캔들이 한낱 소문으로만 끝날 지, 아니면 다시 한 번 대통령 아들들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게 될지는 더 지켜보아야 알 일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충고하고 싶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은 더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려야만 한다.
그 아버지들이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처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고원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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