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로의 여정
필리핀 보라카이로 떠나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순백과 초록의 해변가, 그 이국적 풍광(風光)은 과연 나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전내내 설렘과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뒤범벅돼 가슴을 파고든다.
호텔에서 나와 마닐라 국내선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에 들어가기 전 한국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다는 까멜리노스라는 카페를 일부로 들렀다.
이곳은 보라카이로 가기 전 신혼부부들이 가이드와 미팅을 하거나 시간을 죽이는 장소로 꽤나 유명하다.
카페 안은 한국말로 왁자지껄하다.
타들어갈 듯이 내려쬐는 햇빛을 타고 귓가를 채우는 캐럴송. 한국 어디서도 느껴볼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라카이행 경비행기 아시안 스피리트(Asian Spirit)에 올랐다.
시커먼 프로펠러 뒤편으로 뽀얀 뭉게구름들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스쳐간다.
가끔 이상기류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찌릿함도 맛보겠지만 카티클란까지의 1시간은 구름쇼에 심취하느라 짧기만 하다.
카티클란에 도착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트라이스클로 카티클란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벙커보트(양쪽에 날개를 단 보트)에 오르면 보라카이로의 마지막 여정은 시작된다.
15분쯤이 흘렀을까. 한없이 펼쳐진 옥빛 물결 너머로 드디어 보라카이섬이 시나브로 눈에 생생해진다.
반짝이는 백색의 산호가루 해변 뒤로 하늘만큼 자란 야자수들과 뽀송뽀송하게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우리를 넌지시 지켜본다.
그 사이로 유유히 떠다니는 셀링보트는 마치 꿈 속으로 향하는 듯 하다.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그 형형할 수 없는 정취에 그저 넋을 놓고 말았다.
보라카이에 도착해 잠시 마음을 진정시킬 쯤, 하늘은 또 하나의 감동을 준비한다.
바로 저녁노을이다.
보라카이에서 만나는 저녁노을은 모든 이에게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압권이다.
노을을 보려는 사람들로 해변가가 북적인다.
서서히 사라져가는 노을빛의 아쉬움도 잠시. 어느새 보라카이는 사랑으로 물들여진다.
◆해양스포츠 "입맛대로"
해양스포츠는 신혼부부들이 보라카이를 찾는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스킨스쿠버,스노클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수면에서 수심 5m 안팎의 수중관광을 즐기는 스포츠)패러세일링(parasailing:모터보트 등이 끄는 낙화산을 타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스포츠) 등 수십가지의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스킨스쿠버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스킨스쿠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호흡법으로 잠시 애를 먹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다시 물 밖으로 나오기 싫을 만큼 물 속 신비의 세계에 빠진다.
오직 물거품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 속에서 알록달록 열대어들이 떼를 지어 온 몸을 간지른다.
손 끝으로 퍼뜨리는 먹이를 먹으러 여기저기 달려드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무엇보다 수중키스신은 신혼부부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듯. 수중에서의 장면들은 모두 비디오카메라에 담겨 나중에 CD로 받아볼 수 있다.
◆맥주 한병으로 즐기는 해변의 밤
보라카이섬에 어둠이 내리면 여기저기 해변가 카페는 젊음의 열기로 들썩인다.
서로서로 산 미구엘맥주를 들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산 미구엘는 필리핀을 대표하는 맥주로 톡 쏘는 맛이 진하고 시큼하지만 끝맛이 깔끔해 한번쯤 마셔볼만하다.
맥주가 싫다면 망고주스도 좋다.
보라카이는 망고의 원산지로 그 싱싱함을 혀 끝으로 느낄 수 있다.
보라카이의 많은 식당 중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구아이 식당은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 뷔페식의 음식맛은 별로지만 이곳에서 마련한 전통쇼나 게이쇼는 볼만하다.
불쇼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끝 무렵에는 관객들을 불러 직접 훌라춤 등을 가르치기도 한다.
또 이곳에서는 하얀 벽에 자신만의 자취를 남길 수도 있다.
벽에는 온통 누구 왔다감 누구 사랑해 등으로 도배되어 있다.
신혼부부들은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날을 장식하고 있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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