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업체가 회사 직원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
대구 성서공단내 남계섬유. 11년차 이중기(31) 생산직 대리는 원단을 부드럽게 하거나 폭을 일정하게 맞추는 '텐터' 작업을 총괄한다. 이 대리는 폭 3m, 길이 10m가 넘는 텐터기 주위를 끊임없이 돌며 원단이 엉키지는 않는지, 열처리 온도는 적당한지, 기계 속도는 달라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한다.
이 대리는 최근 두달간 밤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주문량이 밀려들면서 지난 2주동안 토.일요일에도 철야작업을 계속했다.
다른 직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면, 레이온 및 교직물 날염 전문 업체인 남계섬유 직원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140명에서 45명으로 줄었다. 초기의 어려움을 딛고 지난달부터 공장가동율이 100%에 육박하면서 전직원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넘어서는 기록적인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사실 남계섬유는 지난 3월 17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240억원의 부도를 냈다. 그러나 45명의 직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회사를 되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직원들이 은행에 임대료(월 800만원)를 지급하고 공장을 재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장 재가동 후 근로자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태(42, 전 생산부장)씨는 회사를 되살렸다는 자부심이 남계섬유 직원들이 피곤해도 환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계섬유 직원들은 부도 회사라는 치명적인 이미지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만 생산했지만 운영자금을 빌리기는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지난 10월부터 월 매출이 3억원을 넘어서 회사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는데도 3차례 신용대출을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박 대표는 회사를 지키겠다고 남아있는 동료들을 보며 중국 업체들의 스카우트 유혹도 일언지하에 뿌리쳤다. 기술자 3, 4명을 동시에 데려오는 조건으로 연봉 6만달러를 중국 업체가 제의했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 대표를 포함한 10여명의 간부들이 집까지 담보로 잡혀 가며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부족해도 월급은 제때 지급해야 최소한의 사기를 잃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계섬유의 주 아이템중 하나인 NC, CN 교직물은 야드당 1달러 50센트를 상회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대부분 면, 레이온 날염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해버린 내수시장을 겨냥,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부도난 공장을 살려낸 남계 직원들의 향후 목표는 내년 3, 4월로 예정돼 있는 경매에서 회사를 정식으로 인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30억원을 상회할 경매가가 큰 난관이다.
회사를 살렸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끼는 남계 직원들은 "10여명의 대표 직원들이 은행 대출 등을 통한 공동 투자 형태로 주식회사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상황이든 반드시 회사를 꾸려가겠다는 '화이팅'을 외쳤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부도가 난 회사를 다시 일으킨 남계섬유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채근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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