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청소년 경제교육의 과제

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초중고생의 경제인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시장경제나 경제환경, 경제개방 등에 대한 이해가 매우 미흡함을 보여주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효율적인 경제교육의 추진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후반 들어 청소년의 경제지식 수준에 관한 실망스러운 조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청소년 경제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국민의 경제의식에 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특히 청소년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데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면서 금년들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형태의 청소년 경제교육을 기획 추진해오고 있다.

금년 9월말 현재 약 350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들 중에서 20, 30대가 약 절반을 점하고 있고 청년실업률도 7.2%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청소년들로 하여금 경제현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합리적인 경제활동 방법을 일깨워주고 나아가 그들이 건전한 직업관과 가치관을 가진 책임있는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 경제교육을 위해 민간 교육기관, 재계, 경제연구소, 금융기관 등 민간단체를 위시하여 재경부, 한국은행, 금감원 등 공공기관들까지 팔을 걷고 나서고 있으며 각 기관들이 나름대로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실시중에 있다.

교육방법으로는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제캠프, 경제교실의 개최를 비롯하여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한 경제상식 및 경제정보의 제공, 강사의 방문에 의한 강의교육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강의내용도 간단한 경제용어 해설, 금융기관 이용법에서 시작하여 주식투자, 회사경영, 거시경제 이해 등 상당한 수준의 내용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참여기관들이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육내용과 기법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교육대상별로 교육내용과 수준을 정하고 이를 대상 청소년의 수준에 맞게 가르치기 위한 강의기법의 연구를 위해 참여기관들간에 적절한 제휴를 모색하거나 필요시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은 매우 긴요한 과제라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자칫 참여기관별 특수성과 다양성은 무시한 채 통일된 교육안과 교육기법을 마련하여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경제교육이 진정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러한 많은 참여기관들의 노력과 더불어 가정에서의 실생활 교육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 긴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20, 30대 청년들의 부모들 대부분이 보릿고개를 경험하며 오직 잘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 이만큼의 부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

그 덕택으로 우리의 자녀들은 부모들 시대와 비교하여 보다 풍요롭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근검절약의 의미, 근로의 소중함, 베풂의 미덕 등은 미처 깨우치지 못하고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가정의 부모들은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어느 부모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무조건적인 투자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녀들에 대한 이러한 보살핌과 헌신이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겠지만 자칫 우리의 자녀들로 하여금 다른나라의 청소년들에 비해 부모들에게 더 의존적이 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장차 지구촌의 다른 청소년들과 경쟁하며 우리경제를 떠맡고 나갈 우리 자녀들을 보다 자립심 강한 경제인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가정 내에서의 부모들의 철학과 훈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주훈(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