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경.싸움구경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지만 불끄는 일만큼 위험하고 힘든 일은 없을 겁니다".
대구 동부소방서 여성 의용소방대원들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불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화마(火魔)와 싸움을 하는 용감한 여성들이다.
40∼60대 여성 40명으로 구성된 여성 소방대원들은 화재가 발생했다 하면 동부소방서에 집결, 현장으로 달려간다.
이들의 주된 일은 화재를 진화하고 복구하는 소방대원들에게 음료수와 빵, 주먹밥 등을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재현장 뒷정리, 차량 통제 등 궂은 일도 도맡아 한다.
지난 합천 헬기 추락사고와 지하철 참사 때는 직접 현장을 찾아 지원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특히 요즘처럼 각종 화재가 끊이지 않는 연말연시 때면 '아줌마' 의용소방대원들의 활약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이달 들어서만 5차례나 화재 현장에 출동, 맹활약을 펼쳤다.
이들의 활동은 소방관은 물론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소방대원들도 "아줌마들도 저렇게 열심히 뛰는데 우리라고 뒤질 수 없다"는 생각에 더욱 힘을 얻는다고.
16년째 의용소방대 활동을 해온 김욱점(54) 대장은 "직접 불을 끄지는 않지만 진화에 지친 소방대원들과 피해주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며 "불이 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지만 회원 모두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자(54.동구 신암동) 부대장은 "연기가 치솟는 화재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 남편도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위험하다'며 가족들이 말리지만 화재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번도 출동명령을 어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지만 어떤 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1회 출동 때마다 수고비조로 받는 2만원정도를 모아 분기마다 마을 주민과 노인분들을 초청, 경로잔치를 겸해 소방관과 경찰관의 친목 체육대회를 여는가 하면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이웃돕기에 앞장선다.
반상회에서 통.반장과 어린이들을 상대로 소방교육도 한다.
다른 지역에서 큰일이 생겨도 동료들과 함께 지원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 소화기 사용방법 교육, 유원지 화재예방 홍보활동, 2인1조 화재감시, 불우청소년 및 노인 돌보기 등 쉴 새 없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에는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게 지론인 최고령 대원인 김상희(57)씨는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유제연(49.동구 중동)대원은 "불길 속으로 뛰어 드는 소방대원들을 보면 그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며 "하루빨리 소방청이나 재난관리청이 만들어져 소방관계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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