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후세인 효과

전쟁은 대체로 '피의 축제'로 얼룩진다.

승자와 패자로 갈려 정복과 압박이라는 등식으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된다.

1929년 10월24일 뉴욕증권가 월스트리트에서 불과 몇 시간만에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했다.

소위 '암흑의 목요일'로 불리는 대공황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였다.

대공황의 물결은 미국 전역을 초토화시켰다.

5천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곧이어 유럽을 휩쓸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대공황'은 물자의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생산해낸 것이 원인이었다.

과잉생산은 노폐물처럼 적절히 배설해주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니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경제적인 배경이다.

곧이어 터진 제2차 세계대전은 무기산업을 비롯한 소비재에 엄청난 수요를 촉발, 과잉생산물을 단숨에 처리했다.

덕분에 지구촌은 전후 자유무역주의의 원칙을 좇아 미국을 선두로 196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하게 된다.

▲전쟁은 이렇게 예측불허의 결과를 가져온다.

제1차 세계대전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위한 제국들의 야욕이 그 원인이었다면 2차대전은 반대로 너무 넘쳐 이를 처리하기 위한 소비 전쟁이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도 전쟁이다.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은 한반도의 6.25전쟁이라는 특수(特需)에 힘입어 단번에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곧이어 베트남전쟁이 발발하고 한국은 10년 후 이 전쟁에 참여함으로써 일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전쟁 특수를 누리게된다.

그 열매로 중진국 진입을 앞당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담 후세인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는 '후세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야단이더니 이튿날 장기 효과가 의문시 된다면서 뉴욕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반전, 세계가 아직은 결과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현대전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 미-이라크 전쟁은 '문명의 충돌'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전쟁이 끝난 뒤의 이슬람권과의 역학관계 변화, 그리고 이라크 재건에 필요한 건설 특수가 전리품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런 엄청난 특수를 눈앞에 두고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판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다.

집안 싸움에 자칫 국제 대세(大勢)를 놓칠까 걱정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