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마침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위원장 서정화)를 통과해 오는 29.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다.
이를 보는 국내의 시각들도 다양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농민단체는 반대의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고 농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쪽에서는 수출길이 트였다며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절박해진 농업
FTA동의안 상임위 통과에 농업인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농업국가인 칠레로부터 농산물이 대거 유입돼 과수농가 등 농업 전반에 걸친 상당한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경북지역은 사과의 경우 전국재배면적의 64%, 복숭아 50%, 자두 75%, 포도가 43%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 재배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과일이 많다.
칠레산 포도의 수입유통시기는 3~6월로 주로 8~10월에 출하되는 노지포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않을 전망이다.
다만 4~6월에 출하되는 가온재배 시설포도는 직접영향권에 들어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숭아와 자두는 칠레산 수입유통기간이 국내산과 경합되지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으나 여타 품목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두농사 6천평을 짓고 있는 신영훈(46.의성군 봉양면 풍리리)씨는 "새해에는 이제까지 자두농사에 투자한 품값과 영농비를 건진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연말연시에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며"남들과 같이 일찍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은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일산영농조합법인 회원인 자두농 신동석(46)씨 역시 FTA 협정 국회 상임위 통과 소식에 할말을 잃었다.
신씨는 "쌀시장 개방에 이어 과일시장까지 내주면 우리나라 농촌은 이제 껍데기만 남는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경북도 'WTO/FTA 대책팀'은 10년간 품목별 피해액은 포도 직접피해 2천286억원을 비롯, 키위 347억원, 복숭아 273억원과 과일주스 가공품 등 개방에 따른 피해예상액인 간접피해 2천954억원 등 총 5천86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국의 농민단체들도 강력 반발하며 본회의 법안 상정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
전농 경북도총연맹, 한농 경북도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29일 일제히 상경, 전국농민연대 주최로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안 상정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반기는 공산품업계
반면 구미공단 등은 주력품목인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중남미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반기는 눈치다.
김영천 LG필립스디스플레이 부장은 "현재 남미시장에서 구미공단의 텔레비전,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다른 제품과 달리 휴대전화의 경우 100%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한-칠레 FTA 국회비준의 탄력을 받아 전자제품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곽공순 신규사업개발팀장도 "칠레와의 FTA비준으로 주요 수출품목인 전자제품의 경우 이미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유럽연합(EU)과 내년부터 협정이 발효되는 미국.일본.중국 등지의 경쟁에서 시장점유율 등 비교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구미공단에서는 이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대비해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내년 초 칠레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가전회사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초 현지 지사를 법인으로 승격시켰고, 대우일렉트로닉스는 1년여의 준비 끝에 내년 1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판매법인을 세우기로 하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한-칠레 FTA가 발효돼 현재 6% 수준인 관세부담이 없어지는 만큼 신설법인을 통해 세탁기와 냉장고, TV, 에어컨과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남미지역의 유일한 법인인 이곳을 중심으로 남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시장점유율 1위인 컬러TV와 모니터, 전자레인지 부문 외에 현재 2, 3위에 머무르고 있는 휴대전화 부문을 1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구 1천500여만명 중 210만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칠레가 향후 남미지역의 주요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도 현지 시장점유율이 선두권인 TV, DVD, 세탁기 외에 고급 가전제품의 공급을 늘릴 방침을 세우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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