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2019년엔 14% 이상인 '고령사회', 2026년엔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함께 급격한 고령화로 국가 존립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40대, 아니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벌써 퇴직을 생각해야 하지만 사회보장 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다.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을 일으키며 젊은 한국을 표방한지 30년만에 죽음을 맞는 '조로' 국가로 급격히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1991년 정년을 60세로 보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노후보험제도를 도입했으며 최근엔 65세 정년제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정년을 70세까지 늘렸고 고령층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까지 만들었다.
현대판 고려장. 일할 수 있는 중.장년.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체제를 점검하고 일본의 사례를 통한 대안을 찾아본다.
필기구 생산업체에서 품질관리과장으로 일하다 지난 1996년 퇴직한 야나기사와 쯔네오(67)씨는 방문 인테리어 기술공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퇴직 후 6개월 동안 무료하고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던 그는 도쿄도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전문교를 찾아 공예 교육을 받게 됐고 곧 에도가와구에 있는 실버인재센터의 방문 인테리어 작업장에서 일하게 됐다.
"퇴직 후 꿈꿔왔던 독서, 여행 등 여유로운 생활은 말 그대로 꿈이더라구요. 존재의 의미를 잊어버린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요. 그러다 다시 일을 하게 된 후부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일하는 즐거움도 다시 맛볼 수 있게 돼 너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나이에도 뭔가를 배우고 이를 이용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지요. 덕분에 다시 건강해지고 삶의 보람을 찾게 됐습니다".
만6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등 고용이 비교적 안정된 일본에서도 퇴직 후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자들이 많다.
지속적인 노동으로 건강과 삶의 보람을 찾고 소득도 얻기 위해서다.
노동과 소득에 대한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단체 중 하나가 바로 실버인재센터.
현재 전국 3천300여개 지방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중 1천700여곳에 설립돼 있는 실버인재센터의 회원수는 80만명에 이른다.
일하고 싶은 60세 이상 고령자는 연회비 600~2천엔을 내면 누구나 각 지역의 센터에 가입돼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센터에서 알선해 주는 일자리는 기능직, 서비스직, 단순노무직, 전문직, 사무직, 관리직 등 다양하다.
이들이 받는 노동의 대가는 근무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업체의 급여가 아닌 회원 배분금 형태로 센터에서 매달 지급한다.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다른 단체와 구별되는 실버인재센터만의 특징은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 등 재정과 인력을 지원받아 운영된다는 것이다.
지난 1980년 6억엔의 중앙정부 보조금으로 시작된 실버인재센터의 예산은 2002년에는 141억엔으로 급증했다.
실버인재센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센터가 공공 및 민간 업체로부터 사업을 의뢰받아 계약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의뢰처와 센터의 회원인 고용자와는 고용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업체에 구속받지 않고 정해진 일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업체에서 이들의 고용을 기피하지는 않는다.
젊은 인력에 비해 일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정확하고 확실한 일처리로 갈수록 고령자를 원하는 의뢰처가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에도가와 실버인재센터
실버인재센터는 도쿄 에도가와구에서 처음 태동했다.
에도가와구 지역의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모임인 '노인클럽'을 모체로 에도가와 실버인재센터가 생겨났다.
고령자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356명으로 출발한 고령자사업단이 실버인재센터의 전신. 고령자사업단은 처음에는 민간 기업들로부터 일자리를 제공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호응을 얻으면서 갈수록 입지를 다져 80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기에 이르렀다.
에도가와 실버인재센터의 사업은 공공 및 민간, 독자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주력사업은 공공사업인 공원 및 건물 청소, 관리 업무. 구로부터 아동복지관, 공원, 야간경비, 구립 테니스장 등 400여곳을 위탁받아 청소.관리하고 있다.
또 11곳의 역 중 8곳에 불법 방치된 자전거를 대상으로 경고 태그를 붙이는 사업도 주요 공공사업 중 하나다.
구로부터 무상 지급받은 자전거를 재활용해 중고품으로 판매하는 사업은 에도가와 실버센터만의 독자사업이다.
에도가와 실버센터가 이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2002년 1만400여건에서 11억7천811만5천969엔. 회원수는 지난 2003년 기준 3천846명으로 4명을 제외하곤 모두 60세 이상이고 평균연령은 71세다.
이곳의 와다 아키라(56) 사무국장은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 사회 참여와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게 실버인재센터의 가장 큰 목적"이라며 "사업에 참가한 고령자들은 배분금으로 평균 4만2천엔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과제
그러나 실버인재센터에 가입된 회원이 전국 60세 이상 고령자의 3%에 그치고 있어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센터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일본내 고령자의 70%가 일을 통해 사회참여를 원하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지만 현재로선 이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 등 체계가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연령이 되는 2007년쯤부터 많은 고령자들이 센터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부분 화이트칼라인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현재 몇 안되는 컴퓨터 입력 작업 외엔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비교적 운영이 잘되고 있는 도쿄도의 경우도 5년 전부터 7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무료버스권의 갱신작업을 위해 지난 9월 일시적으로 3천명의 소위 '고급인력'을 투입했을 뿐 이들에게 제공할 이렇다할 정기적인 사업이 없는 실정이다.
재단법인 도쿄도 고령자사업진흥재단 진흥과 실버운영담당계 유타카 야마노우에 계장은 "지금까지 고용이 아닌 사회참여 수준에서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이젠 고용과 자원 봉사의 차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할 때가 왔다"며 "소득창출과 사회참여, 자원봉사를 모두 할 수 있는 원스톱 체계를 갖추는 게 실버인재센터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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