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해 9년째 농촌생활을 하고 있는 주윤창(45).김영숙(45)씨 부부. 아이를 좋아해 딸 넷, 아들 둘을 낳았다는 이들 부부는 "애들이 많으니까 가정에서 저절로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며 자식이 많아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처럼 아이를 많이 낳아 키우는 부부는 요즘 좀체 보기 힘들다.
2002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17명. 결혼해 아이를 한명 정도만 낳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대표적인 저 출산국인 일본(1.33명), 영국(1.64명), 프랑스(1.89명)보다 더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아이를 한명이라도 낳으려는 사람은 나은 편이다.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아예 낳지 않겠다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딩크족'(cafe.daum.net/dink) 카페에는 1천명 가까운 딩크족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서로의 사연을 나누며 모임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귀찮은 게 아닙니다.
우리 둘 부부의 삶이 너무나 소중해 그렇게 간직하고 싶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카페에는 수도권.충청권.경상권 게시판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2030세대에서는 '맞벌이는 필수이지만 자식은 선택'이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자식은 필수이지만 맞벌이는 선택이었던 과거와는 세태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의 18세 이상 미혼 남녀 4천43명을 대상으로 '미혼 남녀의 결혼 및 가치관 설문조사'를 한 결과만 해도 그렇다.
전체 응답자의 19.3%(남성 17.4%, 여성 21.7%)가 '자녀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답한 것. 미혼 남녀 5명 중 1명은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부부 중심 생활을 위해'(51.5%), '자녀 양육에 자신이 없어'(18.4%), '사회적 성취에 방해가 될 것 같아'(8.2%), '자녀 양육비용 부담'(6.7%) 등의 순이었다.
지역에서도 아이를 아예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부부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아이를 낳지 않고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현경(41.여)씨 부부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지만 아이가 없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씨는 "남편과 결혼해 몇 년 정도 돈을 번 뒤 여유가 생기면 아이를 가지자고 한 것이 지금까지 흘러왔다"며 "IMF 외환위기로 생활이 어려워졌을 땐 아이를 낳지 않길 잘 했다는 걸 실감했다"고 한다.
왕성하게 자신의 일을 하다가 뒤늦게 맞선을 보고 있는 대학강사 김모(34.여)씨는 "나이가 들었지만 결혼해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맞선을 보는 남성들이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적잖아 놀랐다"고 말한다.
김씨는 "맞벌이를 원하는데 여자가 아이를 가지면 일을 그만 두게 되지나 않을지 염려하고 늦은 나이에 결혼하면서 자녀 양육을 짐스럽게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무자녀 부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남아있다.
아이가 없는 부부는 불임이거나 이기적이라는 선입견이 바로 그것이다.
딩크족인 한 30대 주부는 "남편과 자유롭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해도 아이가 없어 앞으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을거라는 둥, 신랑이 바람을 피울거라는 둥, 사랑이 식어 이혼할 거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씁쓸해진다"고 터놓았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겠다는 2030들의 가치관은 쉬 변할 것 같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사회정책실장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미래의 출산 경향을 예측하기 위해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출산 경향이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곽은경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출산장려책보다 여성들이 마음놓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해고 압력이 여전하고 출산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육아가 숙제인 상황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더 낳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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