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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국어.수학 포기하게 만드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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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을 못 받는 것은 표현력 부족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뭘 그럴까 싶었는데 최근 발표된 2005학년도 대학별 입시 요강과 그로 인한 고교의 혼란을 지켜보면서 그 말이 새롭게 와 닿았습니다.

혼란은 '2+1'체제를 채택한 대학이 상당수인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2+1'이란 수능시험 성적을 반영하면서 인문계열 학과들은 수리(수학), 자연계열 학과들은 언어(국어) 영역을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선택과 집중'으로 표현되는 7차 교육과정과 이를 근간으로 하는 2005학년도 입시제도에서 파생됐습니다.<

따지고 보면 새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는 크게 나무랄 게 없습니다.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선택적으로 공부하도록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의 폐해도 줄이자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도를 만든 이들이 간과한 게 있습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대학입시에 목을 걸도록 만드는 사회 구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괜찮은 교육제도들이 대학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허망하게 왜곡돼 버리는 모습들을 너무도 많이 봐 왔습니다.

7차 교육과정과 2005학년도 입시 역시 마찬가지가 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포기로 이어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국어 혹은 수학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때문에 아예 이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수업조차 듣지 않겠다는 학생이 많습니다.

내신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대학 합격에 몇 배나 더 영향을 미치니 당연한 일이지요.

이들이 지금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입학한다면 어찌될까요. 논리가 취약한 법대생, 미분.적분도 모르는 상경계열 대학생들이 대다수가 되는 기막힌 꼴이 되는 겁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우리말로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 서툴기 짝이 없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겁니다.

이래서야 노벨상은커녕 이미 닥치고 있는 '감성의 시대'를 살아가기에도 너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순 기술자들만 양산할 뿐이지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한 술 더 떠 수학.과학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이공계 회생 방안을 내놨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이공계의 숨은 붙여놓을 수 있을지 몰라도 건강하게 만드는 건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립대들을 필두로 많은 지방 대학들이 '2+1' 체제를 택하는 사이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3+1'체제로 결정한 점입니다.

서울대 역시 국립대임에도 정책 입안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3+1' 체제를 선택했습니다.

올해 고3에 올라가는 학생들과 그 후배들이 대학을 마치는 5년 뒤, 10년 뒤를 떠올려 보면 지방에서 사는 사람으로선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방대 학생들은 국어나 수학의 기초조차 돼 있지 않은데 수도권 대학생들은 탄탄한 실력을 갖춘 상황, 그렇게 대학을 졸업해서 갖게 되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까지 생각을 이어가면 섬뜩한 기분까지 듭니다.

중.하위권 학생이기 때문에 골치 아픈 국어나 수학 공부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느냐, 지방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2+1'체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지방의 몰락과 수도권 종속을 영원히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방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요?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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