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티'는 우주의 두 생물체가 만나 우정을 나누는 SF영화다.
82년 개봉해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오락영화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믿음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지구의 주인공은 엘리어트 테일러(Eliot Taylor). 이티를 구해 외계로 보내주는 지구의 소년이다.
외계의 주인공은 이티(Extra Terrestrial). 영문 이니셜을 보면 둘 다 '이티'다.
우주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보면 둘은 형제나 다름없다는 설정이다.
둘은 텔레파시를 통해 함께 아프고, 함께 취하고, 함께 느낀다.
이 영화의 주제는 믿음과 불신이다.
마지막에 이티는 빨간 불이 들어온 손가락을 엘리어트의 이마에 대고 말한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야"(I'll be right here). 그것은 무엇을 진심으로 믿으면 그것이 곧 진실이 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이티의 존재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엘리어트의 형제들마저도 눈으로 이티를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믿는다.
그러나 어른인 엄마는 믿지 않는다.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고착화된 불신의 벽이다.
어른들은 영화 속에서 무서운 사람들로 묘사된다.
열쇠와 랜턴, 알 수 없는 어떤 장비를 이용해 모종의 행동을 하려는 인물들로, 어른들은 모두 허리 아래만 비춰진다.
아이들과 이티의 시선이자, 적대적인 앵글의 카메라 시선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불신은 엄마를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유일한 어른이 엄마다.
그러나 엄마는 허점 투성이. 허둥지둥대며 규칙을 내세우지만 실은 대단히 느슨하다.
엄마는 옷장 속의 이티를 보면서도 그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믿지 못하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어른들의 말라버린 정서다.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피터팬 장면처럼 말이다.
그러나 영화 끝에 이르면 모든 갈등들은 해소된다.
허리에 열쇠를 찬 '모종의 인물'도 결국 어린 시절부터 외계에 대한 동심을 키운 어른이다.
그래서 마지막 대단원에서 이티를 배웅할 권리(?)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엄마도 엘리어트를 통해 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회복한다.
우주 속 생명체는 서로 공유되어야 하고 화합 차원에서 연결되어야 한다.
그 끈은 '지구적 차원'이 아닌 '우주적 차원'이 되어야 한다.
영화는 '공동 생명'에 대한 인식은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엘리어트는 이티의 주검 앞에서 "사랑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티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여기서 "사랑해"는 "우리는 친구"라는 다른 표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화성탐사 로봇 스피릿과 어퍼튜니티가 화성에 착륙해 화성의 과거 생명체 존재를 밝히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화성탐사가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의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전략이란 비난 속에서도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외계탐사는 과학적으로 중요한 행보의 하나다.
그러나 함께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지구인 사이의 믿음과 사랑이다.
38만km 떨어진 달에는 가 봐도 11km 밖에 안 되는 지구 속 챌린저 심연에는 못 가본 것이 인간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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