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자? 한문!

사람은 누구나 죽게 된다.

永遠不死(영원불사)를 꿈꾸었던 秦始皇(진시황)도 죽음은 거부할 수 없었다.

사람이 죽으면 장사를 지내고 무덤 앞에 묘비를 세운다.

묘비에는 죽은 사람의 관직, 가족관계, 성품 등 한 인물의 일생을 기록하는데, 이 기록을 碑誌(비지)라고 한다.

비지는 무덤 밖에 세우는 墓碑銘(묘비명)과 무덤 안에 넣는 墓誌銘(묘지명)을 함께 일컫는 말이다.

碑誌(비지)의 내용은 한 인물의 일생을 기록하는 것이기에 사실만을 기록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비지를 읽어보게 되면 어느 누구라도 효를 행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어느 누구라도 선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것은 이른 바 '죽은 사람에 대한 예'로써 좋은 일만을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예를 지키기 위해 거짓으로 비지를 쓸 수 있을까?

조선시대의 대학자 退溪(퇴계) 李滉(이황)은 별세하기 나흘 전인 1570년 음력 12월4일, 조카 영(寗)을 불러서, "조정에서 예장(禮葬)을 하려고 하거든 사양하라. 비석을 세우지 말고, 단지 조그마한 돌에다 앞면에는 '退陶 晩隱 眞城李公之墓(퇴도 만은 진성이공지묘)'라고만 새겨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는 퇴계선생 자신이 쓴 96글자의 한시로 된 銘(명)을 뒤에 적게 했다.

퇴계선생은 자신의 업적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장황하게 서술될까 염려했던 것이다.

그 명의 마지막은 "내가 옛사람을 생각하매, 진실로 내 마음과 맞네. '我思古人 實獲我心(아사고인 실획아심)' 어찌 내세를 알겠는가, 지금도 알지 못하거늘. '寧知來世 不獲今兮(영지래세 불획금회)' 근심 속에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 속에 근심이 있네. '憂中有樂 樂中有憂(우중유락 낙중유우)' 저 세상으로 돌아가려니, 무엇을 다시 구하겠는가. '乘化歸盡 復何求兮(승화귀진 부하구혜)'"라고 서술하였다.

조선시대의 대학자였던 퇴계도 스스로를 겸손히 여기면서, 자신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지난 삶을 반성하며 앞으로의 삶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 뜻을 엿볼 수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조상의 이름을 높이고자 조그마한 명성을 커다랗게 부풀려 '針小棒大(침소봉대: 바늘만 한 것을 몽둥이만 하다고 한다)'하는 잘못을 범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과연 이러한 행동이 조상의 이름을 높이는 것일까? 오히려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김상규(대구 능인고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