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 바이올린'에서 니콜로 부조티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아내의 피를 바이올린 몸통에 칠해 최고의 명품 '레드 바이올린'을 탄생시킨다.
피를 칠해 명기를 만드는 것은 다분히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이 영화는 300~400년 된 명품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의 비밀이 현대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점을 모티브로 삼았다.
#17~18C 伊 장인들 작품 대다수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아마티 등 전설적인 현악 명기를 소유하거나 연주하는 것은 모든 연주자들의 꿈이다.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재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음색을 가진 올드 명기들은 주로 17~18세기 이탈리아 북부의 크레모나 지역을 중심으로 제작된 장인들의 작품들이다.
과르네리가 남성적인 반면 스트라디바리는 여성적인 소리를 낸다.
스트라디바리를 사용하다 현재 1734년작 '과르네리 델 제수로데'를 쓰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스트라디바리가 너무 고고해 차마 슬퍼도 눈물을 보이지 못하는 귀족이라면, 과르네리는 울고 싶을 때 땅바닥에 앉아 통곡할 수 있는 솔직한 농부"라고 비유했다.
이들 명기들은 우리 돈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며 명인의 손을 거쳐간 악기는 부르는 게 값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힌이 사망한 뒤 1999년 실시된 유품 경매에서 1742년작 '과르네리 델 제수 로드 윌튼'은 무려 500만 달러(65억원)에 거래됐다.
#수십억원 호가…한국선 5대 보유
1995년 내한 공연 당시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밝힌 자신의 애기 '몬타냐나'의 가격은 24억원이었다.
영국의 첼리스트 린 하텔이 택시 트렁크에 두고 내렸다는 뉴스로 화제가 된 1673년산 스트라디바리는 그가 400만달러(52억원)에 구입한 것이다.
진품으로 판정된 최고급 현악 악기는 아시아지역의 경우 우리나라에 몇대, 대만에 약 20대, 일본에 100대 정도라는 것이 음악계의 소문이다.
일본은 1960년대 이후 세계에 올드명기를 사들여 미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명기를 가진 나라가 됐다.
미국의 대형 악기상인 바이 앤 푸시사는 '스트라디바리 협회'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며 세계적 명기의 소유주들로부터 악기를 빌려 연주자들과 연결시켜주고 있다.
연주자들은 악기를 빌려쓰는 대신 1년에 한두 차례 후원자를 위한 연주에 출연해야 하며 악기 보험금을 부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삼성문화재단과 금호문화재단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1997년 명기 5대(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 콘트라베이스 1대)를 구입한 뒤 악기은행을 설립, 젊고 촉망받는 연주자 한 사람당 1년씩 사용하는 조건으로 빌려주고 있다.
1993년부터 악기은행을 운영해 온 금호문화재단의 경우 영재콘서트를 통해 수혜자를 발굴, 연주자가 원하는 기간 만큼 대여해 주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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