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검정고시

영재 아들을 둔 부모가 검정고시 응시 연령 제한을 풀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7살인 이 아이는 수학 미적분 문제를 쉽게 풀고, 영어 서적과 연설도 그대로 이해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지난달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나오자 아이는 상급생인 누나의 공부내용을 보니 시시하고, 친구끼리 싸우고 때리는 학교가 싫다고 했다.

아이의 부모는 고민끝에 검정고시를 통해 초등학교를 건너뛰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부모의 계획은 실정법상 불가능했다.

만 12살 이전 어린이는 검정고시에 응시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인 만큼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초교생 나이 어린이의 검정고시 응시는 원천 봉쇄돼 있다.

교육 당국자의 말은 "의무교육의 취지는 지식뿐 아니라 사회성도 가르쳐야하기 때문에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검정고시 제도는 10여년전만 해도 돈이 없어 정규교육을 못받는 불우한 아이들의, 또 그런 이유로 배움의 때를 놓친 한풀이 만학도들의 오아시스였다.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가 나면 이같은 기구한 사연들이 매스컴에 보도돼 고등고시 합격자 못지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러나 사는 형편이 좋아지면서 검정고시의 성격도 많이 바꼈다.

연령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듯 검정고시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제도권 교육의 한 방법으로 적잖게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개정된 '고입.고졸 검정고시 규칙'은 시험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었다.

과락제가 폐지되고 시험과목이 축소된 것이다.

당연히 합격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합격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과락제(각 과목 40점 미만)가 없어진 대신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지난해 과락으로 인한 불합격률이 고입 12%, 고졸 5.2%였으니 과락제가 폐지될 경우 합격률은 지난해 고입 57.1% 고졸 28.6%에서 각각 69.1%, 33.8%로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험과목은 고입은 8과목에서 6과목으로, 고졸은 9과목에서 8과목으로 각각 줄었다.

고입은 필수 5개 과목(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과 선택 한 과목이고, 고졸 과목은 필수 6개 과목(국어 사회 국사 수학 과학 영어)과 선택 2과목이다.

또 시험횟수도 연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제도화 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학력취득 기회를 높여주기 위해서" 라는 당국자의 설명은 옳다.

그러나 순기능 대신 역기능이 발호하지는 않을까. 학교 교육이 간두에 서 있는 현실에서 제도권 교육에 작은 변란이 될 수도, 혁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론도 있을 법하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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