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남 합천에 가면...

경남 합천이 뜨고 있다.

'최단기간 전국 1천만명 관객 돌파'로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뿐 아니라 일본.동남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 평소 수려한 산수(山水)를 자랑하는 합천은 이를 계기로 제2의 관광 중흥기를 맞고 있다.

떠들썩하면 호기심 때문에 한번쯤 가보는 게 인지상정. 영화 '태극기~' 세트장을 찾아 스크린의 감동을 되씹어보고 벚꽃 그림자 화려한 합천호를 호젓이 드라이브해 본다면 화창한 봄기운을 가슴 가득 받을 수 있다.

거리도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넉넉해 부담없는 나들이길로 그만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난 가방 챙겨서 학교가고 어머니와 형은 가게 가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진석(동생)이 평화롭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진태(형)에게 얘기한다.

아마 이 장면에서 상당수 관객들이 가슴뭉클했을 것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놓인 두 형제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휴먼 블록버스터. 곳곳에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들과 실감나는 전투신을 배치, 영화 '실미도'에 이어 또다시 기록적인 관객수를 동원하고 있다.

이 영화의 대박에 힘입어 합천에 자리한 영화세트장도 덩달아 새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휴일에는 수천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합천읍에서 합천호 가기 전, 황강가에 위치한 세트장은 3만여평 부지에 모두 50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당초에는 68동을 만들었으나 촬영하는 도중 일부가 파손됐다.

1950년대 서울과 평양거리를 재현해놓은 이곳에 들어서면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들 사이로 노후된 탱크와 트럭들,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처절했던 영화 속 상흔을 잔잔히 전해주고 있다.

세트장 한쪽에선 전설적인 무술인 '최배달'의 삶을 그린 영화 '바람의 파이터'(감독 양윤호.주연 양동근)를 촬영하기 위해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또 다른 쪽에선 일반인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탱크 위에 올라보는 등 갖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찍기에 정신 없다.

합천군은 꾸준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화에 쓰였던 기차를 '움직이는 테마카페'로 만들고 세트장 전체를 서바이벌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합천호 백리벚꽃길=합천호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인공호수로 '합천 8경'의 하나로 꼽힌다.

주변의 황매산.약견산 등과 조화를 이뤄 가슴 확 뚫리는 절경을 뽐낸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1백리에 이르는 호반도로가 벚꽃으로 물들어 전국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나있다.

굽이굽이 치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길가에 백색의 벚꽃들이 한없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면 벚꽃비가 우수수 내려 운전자들은 절로 탄성을 내지른다.

앙증맞은 노란 개나리와 연초록빛 수양버들도 벚꽃들의 잔치에 끼어들어 자칫 지루함을 덜어준다.

댐 바로 밑에는 연분홍빛 매화가 계단을 타고 쭉 늘어서 있어 잠깐 자동차에서 내려 산책해보는 것도 썩 괜찮다.

또 댐 전망대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굽어보는 장쾌한 호수의 풍경도 그만이다.

합천군은 만개한 벚꽃시기에 맞춰 4일인 이번주 일요일 이곳에서 '제3회 벚꽃마라톤대회'를 연다.

이 때는 차량 통행을 제한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수천명의 사람들이 제각각 뛰는 모습을 벚꽃감상과 함께 지켜볼 수 있어 또 다른 볼거리가 될 듯 싶다.

◆황매산 모산재=매년 5월이면 15만여평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황매산. 그 중 최고의 절경은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모산재(해발 767m)다.

인간의 손이 닿은 듯이 매끈하게 깎인 삼라만상형의 괴석들이 산봉우리를 차지하고 있어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꼭 올라봐야 하겠지만 굳이 오르지 않더라도 등산로 초입인 영암사터에 가면 그 빼어난 경치를 십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촬영포인트.

뒤쪽으로 모산재가 시야를 덮는 영암사터는 통일신라시대 예술의 전당이었던 영암사가 자리하던 곳. 아직 그 당시 성곽과 삼층석탑(보물 480호).쌍사자석등(보물 353호) 등이 보존되어 있다.

석탑 왼편의 옛 초가집을 연상시키는 허름한 요사채와 화장실이 옥에 티. 쌍사자 석등 옆 부드러운 곡선형의 돌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암사지에서 나와 가회면으로 향해 구불길을 따라가면 언덕배기에 22개의 키 큰 바람개비들로 둘러싸인 '바람흔적미술관(055-933-4476)'이 호젓하게 자리하고 있다.

바람들이 저마다 흔적을 남기고 떠나간다는 '바람흔적미술관'은 설치미술가 최영호씨가 손수 지었다.

최씨는 1990년대 초 우연히 합천에서 행글라이더를 타다 황매산의 절경에 반해 눌러 살고 있다.

미술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건물 주변에 세워놓은 바람개비에서 명태.범종까지 각양각색의 작품들이 볼거리. 현대적인 조형미와 미술관을 감싸고 있는 모산재의 자연미가 겹쳐 오묘한 분위기를 품어내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맛집:합천하면 토종돼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합천호 도로를 드라이브하다보면 '황강호 식당(055-933-7018)'이 눈에 띈다.

야외 불판을 놓고 바라보는 시원한 호수 전경도 운치가 그만이다.

합천 대양면에서 잡아오는 토종돼지는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소스로 나오는 새우젓갈과 입맛을 톡 쏘는 머위반찬과 함께 먹으면 질리지 않는다.

1인분 6천원.

☞가는길:1)88고속도로→해인사IC→1084번 지방도→야로→가야→무릉동→매화산 등산로

2)88고속도로→고령IC→33번 국도→합천읍→황강 도로→용호초교→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세트장→댐진입로→합천댐→삼거리에서 대병 방향 우회전→황매산 모산재→가회면사무소→가회다방에서 우회전→바람흔적미술관. 문의 합천군 문화관광과 055)930-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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