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 처음으로 도입된 1인2표제의 개표결과는 유권자들이 새 제도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전국 243개 지역구에서 동일한 패턴으로 투표행위가 이뤄졌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투표결과가 일정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1장의 표를 더 확보했을 때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투표용지에 반영했는지 이번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당 대결 구도 속에서 민노당이 13%의 정당지지로 대약진을 거둔 것은 양당과 민노당 사이의 1인2표 함수관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양당에서 후보를 선택하더라도 정당지지는 민노당이라는 경향이 뚜렷했던 것이다.
대구.경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경우 민노당 후보에 대한 평균 지지는 2.5%, 경북은 3.4%에 머물렀다.
그러나 정당지지도 면에서는 이보다 월등히 높은 대구 11.6%, 경북 12.0%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지지도를 크게 앞질렀다.
민노당의 정당득표율이 이처럼 올라간 것은 양당 후보 지지자들이 민노당으로 이동한 때문으로 보인다.
대구 달서갑에서 민노당의 정당지지는 12.4% 였으나 후보지지는 7.1%에 그쳐 5.3%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 김준곤 후보는 정당지지를 22.4%밖에 확보하지 못했지만 개인득표율은 4.5%포인트 많은 26.9%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이라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이동은 적었지만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지지표들이 후보와 정당투표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개혁 내지 진보세력간의 소위 '품앗이 투표'가 이뤄진 셈이다.
미미하지만 정당투표에서 민노당을 찍은 유권자들이 '사표' 방지를 위해 열린우리당 후보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결과는 앞으로 철저하게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1인2표제를 통로로 원내에 진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1인2표제에서 대성공을 거둔 민노당의 권영길 당선자는 선거기간에 "이상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정당득표를 통해 비례대표 의석 수를 크게 늘린다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도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17대 총선을 통해 시도된 1인2표제 실험은 향후 한국 정치발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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