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생처음 산행, 정말 좋았어요!'

'처음 도전해 보는 산행길, 세상이 달라보이네요'.

16일 오전9시30분 경북 칠곡군 동명면 팔공산도립공원 내 해원정사앞 주차장. 지체장애인 8명이 산행준비를 마치고 가산산성 정상을 향해 등반을 시작했다.

장애인 인솔교사 4명과 대구등산학교 회원 19명 등이 동행한 이번 산행은 대구시립희망원의 요청을 등산학교에서 받아들여 올해 처음으로 이뤄진 것. 해원정사 앞 주차장을 출발, 가산산성 동문에서 점심을 먹은 뒤 장군정을지나 가산바위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로 장애인8명이 왕복 12.8km의 등산길을 무사히 마치고 오후4시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결코 쉬운 산행길이 아니었다. 지체장애인이면서도 당뇨를 앓고 있는 손정애(39.여)씨는 가산산성 정상에 오르자 숨이 차고 혈색이 좋지 않아 등반 도우미에게 업혀 내려오기도 했다. 3년전 뇌졸증으로 쓰러진뒤 희망원에서 지내고 있는 황동윤(45)씨는 "첫 산행이라 어제부터 몹시 들떠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맑은 공기를 마시고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산행이 끝나고 난 뒤 황씨는 "뇌졸중 치료를 위해 시설내에서 운동은 자주 해왔지만 모처럼만에 야외에 나와 푸르른 신록을 즐기며 맑은 공기를 마시니 병이 다 낫는 것 같다"며 "한발 한발 내딛는 산행길에 삶의 희망을 안고 등산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등산학교 63기 수료생으로 이번에 처음 등반도우미로 참가한 문효재(44)씨는 "선거가 끝난 뒤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지체 장애인들이 어떤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로 봉사활동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산행을 마치고 내려 온 희망원 관계자는 "앞으로 3개월에 한번씩 장애인 등반에 나설 계획"이라며 "116명이나 되는 지체 장애인들이 답답한 수용보호시설을 떠나 산행길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등산학교 장병호(43) 교감도 "가능하면 회원들의 힘을 모아 희망원의 수용자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면서 "희망원을 조만간 방문, 논의해 볼 생각"이라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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