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수학여행, 그리고 술

어린 시절, 우리네 부모님들은 위험하다고 말리는 것이 많았다.

산에 가지마라, 위험하다.

물에 가지마라, 빠져 죽는다.

학교에 가도 매한가지였다.

떠들지 마라, 복도에서는 조용히 다녀라,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라….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은 전부 재미가 있었고 몰래 하다가 들키면 혼나기 일쑤였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게 되면 탈선과 제재는 양극을 치달았다.

한달 전부터 학교에서는 술이나 담배를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어떻게 술을 숨길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내곤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학교에서 아무리 단속을 하고 처벌을 했어도 이런 시도는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학여행 철이다.

신기하게도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형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몇 백 명의 혈기 왕성한 학생들을 데리고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오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아직까지 규제 일변도이다.

술 먹지 마라. 어떤 방법으로 술을 숨기더라도 걸리게 되어 있으므로 허튼 짓 하지마라. 제발 사고치지 마라….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일탈을 꿈꾼다.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가본 아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국내 어떤 곳을 가든 감동하기는 힘든다.

집을 떠나 친구들과 밤새워 노닥거리고 금하는 술이나 한잔 할 생각을 하면 훨씬 더 가슴 설렌다.

우리는 '위험하니 하지마라'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위험한 것일수록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오히려 사고가 적다.

간곡히 학교 당국에 부탁한다.

교과서적인 수학여행에서 벗어나자고. 그리고 한번 '분탕질'을 해보자고. 흔히 술은 어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 언제 술 마시는 법을 어른들이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있는가. 아무리 규제해도 수학여행에서 술이 사라질 수 없다면 차라리 제대로 술 마시는 법을 수학여행에서 가르쳐보면 어떨까. 조용히 일찍 잠자라고 수학여행을 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을 데리고 술잔을 돌리자. 학교생활의 어려운 점, 고민, 이성 이야기 등 밤새도록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이야기하고, 웃고, 노래하다가 토하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무례하게 대들기도 하겠지. 하지만 술로 밤을 새우고 실수를 한 사이는 금방 친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후 선생님을 보고 씩 웃기도 하고 아는 체도 할 것이다.

같이 공감대를 가졌다는 뜻이겠지.

수학여행은 재미있어야 한다.

배움이 있어야 한다.

가기 전에 아이들과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으면 한다.

극단적으로 선생님과 술자리를 가지라고 얘기했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원칙적으로 규제는 하지만 애교어린 탈선 정도는 살짝 눈 감아 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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