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유북한방송, 작지만 큰 시작

탈북자들의 인터넷 라디오 '자유북한방송'이 20일 개국됐다.

국내 4천여 명의 탈북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3천만원으로 기자재 등 초기투자 비용을 마련했다.

6평 남짓한 방송실에 직원 8명, 하루 1시간 방송의 초미니 방송국이다.

그러나 자유북한방송의 개국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탈북자들이 민주통일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지금까지 남한체제의 보호대상이며, 난민 이상의 지위를 갖지 못했다.

그들은 북한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제 목소리를 가져보지 못했다.

북한체제의 허구성과 필설을 극하는 주민들의 삶을 증언하고 고발해야할 책무가 있었음에도 그 통로를 마련하지 못해 안타까워 해 왔다.

자유북한방송은 그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탈북자들의 자발적 의지라는 사실이 더욱 큰 의미를 보탠다.

동독을 무너뜨린 것은 365만 명의 서독 이주자들이다.

서독은 몸값을 치르며 3만2천 명의 정치범들을 석방시켰고, 21만 5천 건의 가족결합을 이뤄냈다.

거기에 들인 비용이 34억 마르크다.

이런 인도적 통일정책의 결과로 1988년 3만9천 명이던 탈출자와 이탈자는 통일 당년인 1989년 34만 3천800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동독은 무너졌다.

'주민의 힘'이 동독을 무너뜨린 것이다.

자유북한방송은 정치적 압제와 기아선상에 헤매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뿌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세찬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존재지만 언젠가 북한 주민의 우뚝한 등대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6.25 이후 탈북자는 아직 4천683명에 불과하다.

두 자리 숫자가 된 것도 지난 99년의 일이다.

평화.민주의 통일이 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탈북행렬이 이어져야 한다.

자유북한방송은 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자유북한방송이 민주의 복음을 전파하는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의 절규는 허황된 이념이나 체제를 뛰어넘는 인간 본연의 소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유북한방송의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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