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우리당 3인방 '교통정리 되려나'

열린우리당의 3용(龍)이 갈 길을 찾은 듯하다.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는 CEO형 국무총리,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통일부총리,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당분간 의장직 고수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혁규 총리' 카드는 대세로 여겨진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30일 "김혁규 총리가 순리"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총리가 되면 대권 꿈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김 전 지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고 3선 도지사를 하며 '세일즈 지사'가 된 경영 마인드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 의장도 로이터와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는 당에서 경험과 경륜이 있는 분을 추천할 것"이라며 "저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김 전 지사의 약점은 노 대통령과 같은 부산출신이라는 점이다. '부산이 다 해먹느냐'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지역연고를 따지는 것은 '과거의 틀'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김 전 지사가 총리직을 제의 받는다면 받아들이느냐 여부다. 대권을 꿈꾸는 김 전 지사로서는 의원으로 활동하며 당내 비중을 높여야 하는 현실적 유혹을 쉽게 떨칠 수 없는 것.

한 측근은 이에 대해 "당 활동도 좋은 경험이지만 총리가 더 큰 경험일 수 있다"고 김 전 지사가 총리에 뜻이 전혀 없진 않음을 내비쳤다.

김근태 대표의 통일부장관행 가능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이 그를 독대한 뒤 배웅하며 "친구가 나를 돕는 것으로 알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김 대표도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행정부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부터다.

김 대표가 입각할 경우 재야출신인 그로서는 행정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는 집권여당의 대표 또는 의장으로 활동해 당내 영향력을 넓힐 기회는 잃게 되는 셈이다.

정동영 의장은 "당에 남아 노 대통령을 돕겠다"는 쪽이다. "한달 내에 의장직을 던질 수 있다"던 측근들의 얘기나, 6~7월 조기전당대회 뒤 사퇴 얘기도 쑥 들어가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우리당이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골격을 갖출 때까진 당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장의 의장직 고수는 그의 대권가도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과정에서 한껏 넓혀놓은 당내 입지를 확고하게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정 의장의 과기부나 정통부 장관 등 김근태 대표와 동반입각설도 없지는 않다.

정 의장의 최대 과제는 노풍(老風) 후유증 정리다. 김 전 지사 등이 "총선 승리는 정 의장의 희생 덕분"이라고 말해 부담을 덜어줬지만 뇌관이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풍 정리의 핵심은 퇴진을 요구했던 TK와 화해 여부다. 때문에 와병중인 이강철(李康哲) 인사영입단장과 조만간 만나 '대타협' 해야한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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