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몸 불편하신 어머니에 자식도리 못해 죄책감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그러나 반드시 그러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내 자식에 대한 정성을 다하면서 늙으신 어머니께는 효도를 다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30대 초반에 혼자가 되어 지금 연세가 70이 넘었다.

늘 몸이 불편하시고, 아마 약을 상습 복용한 세월이 20년은 더 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쾌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무릎과 허리에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계시는데 걷는데 늘 불편하시다.

혈압도 높아 늘 약을 복용하신다.

20세도 되기 전에 시집 오시어 대식구 뒷바라지에 농사일에 고생을 많이 한 탓이리라.

지금 그 나이쯤 되시는 분들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50∼70년대를 살아 오신 분들은 아마 가장 힘든 세월을 사신 분들일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그 시절을 사신 분들은 먹고 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하시느라 아마 자신들에 대한 삶의 여유나 충족함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살아 계실 날이 많지 않은 지금쯤은 자식들 덕에 조금 편하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하루하루 더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다.

내 어머니도 여느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세월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고, 지금은 자식 효도 받으며 즐거운 삶을 사셔야 하건만 그러하지 못하시다.

비록 남들보다 자식들이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어 어머니께 정성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그러지를 못하는 것은 아마 자식들이 근본적으로 불효스러운 탓이 아니겠는가. 매일 병원에 다니시고 약으로 지탱하시는 데도 병원비, 약값 한번 넉넉하게 드리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찾아 뵙지도 못한 것은 불효스런 마음 이외에 무슨 탓으로 돌리겠나.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늘 아프고 죄송스럽지만 내 현실이 늘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지고, 어머니에 대한 정성보다는 자식에 대하여 마음이 먼저 가는 것은 내가 천성적으로 불효스럽고 이기적이라서 그럴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효도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거늘, 자식을 낳고 길러보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성 싶은 데도 행동으로 효도를 다하지 못하는 죄책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실천하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바쁘다는 핑계로 늘 잊고 있는 효에 대하여 미리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본다.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죄책감을 늘 가지고 해마다 돌아오는 5월에는 내 어머니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지만, 역시 난 불효자라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돌아오는 어버이날에는 어머니께 휴대전화를 사 드려야겠다.

떨어져 살고 계시고 늘 병원에 다니시는 시간이 많아 안부인사 드리기가 어려운데 휴대전화라도 가지고 계시면 아마 안부전화 드리기가 조금은 나아지리라. 그것으로 내 불효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는지….

윤종휴(대구시 산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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