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외롭지 않아요"...동호(10)의 특별한 어린이날

"할배랑 이모랑 있는데 외롭기는요".

초등학교 3학년인 동호는 이번 '어린이 날' 만큼은 서럽지 않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겨 이제는 어린이날을 형인 동원(11.초교5년)군과 단 둘이서만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동호 형제는 지난해 8월 할배라고 부르는 이창희(55.대구 남구 대명 1동)씨 집에 '위탁 아동'으로 들어가 가족의 정을 흠뻑 즐기고 있다.

3일 오후 동호네 집 마당. 동호는 형과 역시 가족의 품을 떠나 이곳에 머물고 있는 성공(10.초교4년)이 형과 함께 장난치기에 여념이 없다. 마당에 장만된 작은 화분들을 들어올리기도 하고 화분속 흙을 훑어가며 벌레도 잡아본다.

때마침 이씨의 부인 김태덕(54)씨가 마당에 들어서면서 "장난만 치면 어떡하니"라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짓자 아이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손을 터는 시늉을 했다. 위탁모인 김씨를 아이들은 '할매', 어떨 때는 '이모'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3명의 아이들은 채 몇분이 되지 않아 또다시 소리를 내며 장난을 이어갔다.

이씨 부부에게 3명의 늦동이가 생긴 것은 지난 2002년 연말.

부인 김씨는 "성공이 엄마를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애 엄마가 어려운 사정들로 인해 아이를 아동복지시설에 맡겨 놓은 것을 2002년 연말에 집으로 데려왔다"면서 "외롭게 지내는 성공이가 안스럽고 동호 형제의 사정도 딱해 이들을 함께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지난해 여름에 동호 형제도 맞아들였다"고 했다.

동호 형제는 부모가 있지만 모두 집을 나갔고, 연락도 끊어진 상태이다.

세 아이는 모두 연년생에다 사내아이다 보니 싸움이 잦고 장난기도 심해 동호네 집은 하루종일 조용한 날이 없다. 하지만 김씨는 "위탁 가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손주뻘되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 우리가 오히려 행복하다"고 웃음지었다.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동호네 가족에게는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부인 김씨는 아동유공자로 선정돼 5일 서울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게 된 것.

김씨는 "어린이날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갔다 와야 해 4일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파인애플, 사과 등 먹거리를 마련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지만 더 큰 바람은 아이들이 친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0년부터 김씨 부부처럼 소년.소녀 가장을 돌보는 '가정위탁보호' 제도가 도입된 이후 소년.소녀가장은 점차 줄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0년 34가구에 불과하던 위탁가정이 지난해 74가구로 늘면서 소년.소녀 가장도 2000년 307명에서 지난해에는 170명으로 감소했다는 것.

구현옥 대구시 보육아동 담당자는 "가정위탁보호는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해야 하는 까다로운 입양제도와는 달리 아이가 친가정으로 다시 돌아가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인간적인 보육형태'로 볼 수 있다"면서 "최근 대안가정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사진:비개인 3일 오후 '가정위탁보호' 가정으로 한 울타리를 꾸민 김태덕씨네 식구들이 집마당에 모여 화분들을 살피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이창희(55) 김태덕(54.여)씨, 성공(10) 동원(11) 동호(9)군.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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