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맘짱'여고생 9년 저금 난치병 학우 도와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힘이 되지 않겠습니까?"

한 여고생이 초교생 시절부터 9년간 모은 용돈을 난치병 학생 돕기에 써달라며 내놓았다.

대구 정화여고 1학년 서민지양은 지난 8일 대구시교육청을 찾아 용돈 통장을 전달했다.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119만 6천324원. '이름 높은 어른'들이 희사한 수백, 수천만원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그러나 서양의 돈에는 어른들의 돈에 없는 '정성'이 담겨 있다.

통장은 몇백원, 몇천원씩 용돈을 절약해 저축한 기록으로 빼곡하다.

그런데도 서양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모은 돈이지만 액수가 적다"며 부끄러워 했다.

통장을 건네받은 교육청 관계자는 "액수가 적다며 수줍게 말하는 서양을 보는 순간 오히려 내 손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서양은 "TV나 신문을 통해 어려운 이웃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으나 어떻게 도와야하는지를 몰랐다"며 "'사랑의 손잡기 난치병 학생돕기' 행사에 동참해 기쁘다"고 했다.

서양의 할아버지도 불치병으로 돌아가셨다.

"고통스러워 하시던 할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난치병 어린이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봤어요". 서양은 아직도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울적해진다고 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 생명들은 매년 늘고 있다.

대구에서만 217명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 치료비 감당이 난감한 상황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사랑의 손잡기 운동'이 지난달 26일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시민들이 대구시교육청에 맡긴 성금은 4억원을 웃돌고 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지피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병마를 이겨내고 저와 같이 웃고 떠들며 예쁜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양이 던진 미소는 5월의 신록처럼 해맑았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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