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음반 시장은 1만8천 피트 상공에서 낙하산 대신 책가방을 메고 뛰어내린 것처럼 그저 아득히 추락하고만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1995년 3천790억원에 달하던 음반시장은 2000년 4천104억원을 고비로 급격히 위축돼 지난해에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천833억원을 기록했다.
또 2000년의 경우 50만장 이상 팔린 앨범이 13장에 이르는 등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지만 지난해에는 50만장 팔린 앨범이 고작 한 장에 불과했다.
격세지감.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음반 시장의 끝없는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 온 가요계 종사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만한 아이콘이 뜨고 있다.
바로 흑인 음악과 남성 보컬 그룹. 이에 따라 최근 이 둘을 결합한 리듬앤블루스(R&B) 남성 보컬 그룹이 봇물을 이루는 추세다.
◇R&B는 이 시대의 발라드
90년대 들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리듬앤블루스(R&B), 힙합 등 흑인 음악은 지난 몇 년 간 완전히 주류 음악의 대열에 올랐다.
특히 R&B는 다른 장르를 압도하며 대중음악계를 지배할 정도. 그 정점은 바로 2003년. 휘성, 세븐, 브라운 아이드 소울, 빅 마마 등 지난해 R&B 가수들은 빼어난 가창력을 앞세워 판매 차트의 상위를 차지했고 발라드나 댄스 가수들도 앨범에 R&B 풍의 노래를 '약방의 감초'처럼 한두 곡씩은 집어넣는 형국이 됐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대중의 인기를 얻은 R&B 가수 및 그룹은 3인조 'SG워너비'와 5인조 '동방신기'. SG워너비는 올해 초 앨범을 발표한 이후 판매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며 R&B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타이틀곡 '타임리스'에 이어 '사랑하기 정말 잘했어요' 등 달콤한 R&B풍 노래로 인기 몰이 중. 외모, 노래, 댄스 등 각종 분야의 '짱'들이 모인 동방신기 역시 '전 멤버의 보컬화'를 표방하며 각종 인터넷 검색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R&B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요즘 국내에 유행하는 R&B는 감성적인 흑인 음악에 상업적인 요소가 잘 버무려진 것이 특징으로 유난히 멜로디를 좋아하는 국내 팬들에게 먹혀들어간다는 것.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보컬의 역량과 멜로디가 강조되는 R&B는 음반 구매 주도층인 10, 20대 모두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새로운 발라드의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올해는 R&B와 더불어 보통 3인조에서 많게는 5인조까지 '목소리'를 주요 승부수로 삼는 남성 보컬그룹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음반 불황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성 보컬그룹이 불황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런 움직임은 특히 가요계에 첫 도전장을 내미는 신인들에게서 더 찾아보기 쉽다.
신인임에도 이미 인기 가수 대열에 합류한 SG워너비와 동방신기를 비롯해 4인조 남성 R&B 그룹 '파이브'(FI-V)와 3인조 그룹 'V.O.S'가 '외모'와 '가창력'을 무기로 눈과 귀를 끌고 있다.
3인조'바이브(Vibe)'와 5인조'엠스트릿(M.Street)'역시 만만치 않다.
바이브는 3명 모두 가창력이 탁월한 데다 작사, 작곡, 프로듀서 능력까지 갖췄고 엠스트릿은 풍부한 보컬 화음을 앞세워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랑받는 그룹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일 음반을 발표하는 3인조 보컬 그룹 '원티드(Wanted)'는 펑키 리듬을 바탕으로 한 미국 정통 흑인음악의 색깔이 배어 있는 음악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남성'떼거리'가수들이 봇물을 이루는 현상이 음반 불황의 대안 부재에 따른 기획사들의 고육책인 것으로 분석한다.
위기에 몰린 기획사들이 솔로보다 마케팅에 유리하고, 보컬 하모니를 좋아하는 대중들의 입맛에 맞춰 안정적인 상업성이 보장되는 남성 그룹들을 선호한다는 것. 또 다소 함량 미달이더라도 그룹으로 묶으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기획사에겐 매력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만능 연예인이 선호되는 최근 추세에 비춰볼 때 그룹으로 나오는 것이 상업적인 효용이 높아진다"며 "그룹의 경우 솔로만큼 섬세하고 민감한 감성을 표현해 내기 어렵지만 열악한 음반 시장 상황에서 딱히 다른 스타일을 찾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는 남성 보컬 그룹이 강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SG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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