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머너만 중동평화 해법은 아브라함

테러와 보복 등 피의 악순환으로 얼룩지는 중동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공동 발상지이다. 이 세 종교의 교리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브라함'이라는 이름과 조우할 수 있다. 아브라함은 이스마엘과 이삭의 아버지로서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공동 선조이다.

'중동의 화해'는 아브라함을 통해 중동 분쟁의 근원을 살펴보고 화해의 길을 모색한 책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 브루스 페일러가 주목한 인물은 아브라함.

창세기에 나타난 최소의 일신론자인 아브라함은 신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며 약속의 땅으로 간다. 아브라함은 하녀 하갈을 통해 86세에 첫 아들 이스마엘을 얻지만, 본처 사라의 질투로 이스마엘을 사막으로 내쫓는다.

이스마엘은 무슬림의 선조가 된다. 아브라함은 100세에 사라와의 사이에서 둘째 아들 이삭을 낳는다. 이삭은 유대인의 혈통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각 종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있는 수많은 아브라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세 종교는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상속자로 주장하며 아브라함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으며 아브라함의 정체성을 계속 바꿔왔다. 이로써 종교간 불화와 적개심이 나타나 문명의 충돌 양상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성서를 보면 아브라함이 신의 영광을 위해 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대목이 나온다. 아들은 신의 지시를 받은 천사의 제지로 목숨을 구한다. 그러나 기독교와 유대교는 이 아들을 이삭으로, 이슬람교는 이스마엘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기독교인들은 이 사건을 예수 희생의 전조라고 믿었으나,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실제로 죽였고 이삭이 부활했다고 보았다.

저자는 세 종교 속에는 서로 조화될 수 없는 240명의 아브라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은 다양한 해석이야말로 세 종교의 화해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아브라함은 실제 없는 '그릇'이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 종교가 아브라함의 다양한 실체를 인정하고, 배타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새로운 아브라함의 모습을 창출해 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를 '241번째 아브라함'이라고 불렀다. 세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는 만큼 통합하고 이해하려는 힘도 커지고 있다고 저자는 믿는다.

서구인이면서도 저자는 비교적 세 종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시각을 유지한다. 그러나 아브라함을 공통 분모로 해 중동의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저자의 대안은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다소 감상주의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중동 분쟁은 단순히 종교 문제뿐만 아니라 석유를 둘러싼 열강들의 추악한 자원 전쟁과 패권주의, 이스라엘 문제 등 복잡한 국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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