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부부의 날

결혼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선인(先人)들의 경우 시큰둥하거나 시덥지않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양비론이 있으나 '결혼은 새장과 같은데도 밖에 있는 새들은 쓸데없이 그 안에 들어가려 하고,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애쓴다'는 냉소도 있다.

'인생의 무덤'이라는 혹평마저 없지 않다.

요즘 이혼하는 부부가 크게 늘어나는가 하면, 아예 홀로 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혼을 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늘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과연 얼마나 될는지…. 대부분 갈등과 마찰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성서는 '하느님이 짝 지워 주신 것을 간음 외의 이유로는 사람이 나뉘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다.

현숙한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의 가치는 진주보다 낫다고도 했다.

그러나 '평생을 함께 하자는 아름다운 약속'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건전한 부부도 한 주일에 한번은 충돌하는 게 정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어쩌면 세월의 두께만큼 그 부피가 커지는 수도 있을 게다.

▲오늘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 위원회(사무총장 권재도 목사)'가 낸 국가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이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올해부터 그 시동이 걸리게 된 셈이다.

아직 정부가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 날은 1995년 권재도 목사가 '둘(2)이 하나(1)가 되자'는 의미에서 '가정의 달'인 5월 21일을 택해 이미 민간 주도의 기념행사를 진행해 온 터다.

▲정부는 관련 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부부의 날 위원회'는 오늘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선포식과 기념행사를 가진 뒤 '부부 십계명'까지 내놓았다.

'두 사람이 동시에 화를 내지 말라' '화가 났을 때 큰소리를 내지 말라' '눈은 허물을 보지말고, 입은 실수를 말하지 말라' '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아픈 곳을 긁지 말라' '분을 품고 침상에 들어가지 말라' '처음 사랑을 잃지 말라' 등이 그 내용이라 한다.

▲요즘은 30년 공부하고, 20년 일하며, 보통 30년이나 길면 40년의 노후생활을 하는 '30-20-30' 시대다.

그 사이가 좋지 않으면 끔찍해지는 시대가 된 셈이다.

심한 경우 30, 40년을 '원수'와 한 지붕 아래 사는 수밖에 없게 된다.

부부가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가족의 근간이며, 그 행복이 바로 자녀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또한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태가 오죽하면 '부부의 날'까지 생겨야 할까. 아무튼 오늘은 부부 관계를 새삼 재점검해볼 일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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