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하루 교통비도 벌기 어려워요...".
여름을 재촉하는 보슬비가 간간이 내린 30일 오후 4시 대구 북구 칠성시장.
평소 일요일이면 인도가 비좁아 행인과 오토바이.자전거 행렬이 차도로 까지 밀려나왔는데 이날은 예전의 활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차도까지 밀려나오던 행인과 오토바이.자전거로 북새통을 이뤘던 시장 도로는 양편으로 주차된 승용차가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불황때문에 매상이 가뜩이나 줄어들었는데 시내버스 파업 이후 절반으로 뚝 떨어진 것 같아. 사람이 다녀야 물건이 팔리지".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정경자(56.여.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버스 파업 이후로 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요즘은 하루 교통비 벌기도 벅차다"고 힘없이 말했다.
인근 노점상들도 아예 장사는 뒷전으로 미루고 수다를 떨거나 기다림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상가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
해산물 도매점을 하는 김모(39.북구 침산동)씨도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그나마 손님이 좀 있는 편이고, 지난 한주동안은 손님 구경하기도 어려웠다"며 "특히 칠성시장은 버스를 타고 오는 손님이 많아 버스 파업 영향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도 힘든 걸음을 했다.
20여분간 버스를 기다렸다는 조묘생(66.여.달서구 대곡동)씨는 "집에서 시장까지 곧바로 오는 버스가 있지만 파업때문에 상인역까지 버스를 타고나와 지하철로 갈아타고 왔다"며 "짐이 무겁지만 요금이 비싼 택시를 탈 수도 없어 마냥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버스 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30여명의 승객들 사이에서는 '버스 다닐 때까지는 시장도 못 오겠다'는 푸념이 잇따랐다. 승객들의 대부분은 무거운 장거리를 손에 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
김분연(72.여.서구 평리동) 할머니는 "시장에 올때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쳐 북비산네거리에서 칠성시장까지 2시간30분이나 걸어서 왔다"면서 "김치를 담궈 자식들에게 보내주려고 채소를 샀는데 버스가 없어서 돌아갈 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다리던 버스 한대가 달려오자 승강장에 있던 이들은 무거운 꾸러미를 들고 일제히 달려 나갔다.
오랜 불황때문에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에게 '서 버린 버스'는 더욱 큰 고통이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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