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우리 음악의 이름

'국악'이란 말이 있다.

참 이상하다.

그냥 음악이라 하면 될진대 우린 우리 음악을 부를 때 언제나 국악이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구분지어 부른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그냥 음악이라 하면 바로 우리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터이다.

'양악'이란 말도 있다.

갑오경장과 함께 서양식 밴드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처음 생겼을 이 말은 당연히 우리음악과 구분하여 서양음악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오늘날 그냥 '음악'이 되었다.

어느새 양악이 우리 음악문화를 완전히 잠식하여 마당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차지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국악의 현대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 말 이후 우리 전통의 관현악은 서양식 오케스트라의 부채살 모습으로 주자들이 자리만 바뀌어 앉혀졌고, 북은 그 구조나 소리와는 상관없이 팀파니처럼 엎어놓고 치게 됐다.

이 때부터 집박 대신 지휘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후 굳이 지휘가 필요한 음악인지 잘 알 수 없는 음악의 연주를 접하게 되었으며, 지휘인지 율동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몸짓을 보게 됐다.

이들은 새로운 곡이라며 창작곡들을 자주 연주한다.

현대화라는 요란한 수사와 함께 발표되는 여러 음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새롭다'고 강변하는 곡들 속 어디에서도 새로움은 찾을 수 없다.

과거가 아니라 현대의 정서가 반영된 우리 음악에 대한 모색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서양에 대한 어설픈 모방에서가 아니라 그 옛날부터 이 땅에 살면서 우리에게 내림으로 이어져온 우리의 정서와 우리의 삶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립국악단의 연주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 많은 예산을 들여 국악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이런 시립국악단이 상업주의나 선정주의에 영합하여 본연의 진지함을 잊어버린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음악문화의 정서와 정체성 회복의 마지막 불씨가 이젠 바로 시립국악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악단의 각성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촉구한다.

이상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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