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성철(性徹) 스님이 1939년 대구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하안거 수행을 하던 중 요사채에 불이 났다.
진화에 나선 스님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동에도 미동도 않은 채 수행하던 성철 스님이 불길이 다 잡힌 즈음 부삽과 부집게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곤 타다 남은 숯불을 담아 가지고 가 풍로에 부어놓고 약탕관을 올려놓고 약을 달였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스님들은 "불이 났는데, 어찌 저런 무심한 짓을"이라며 웅성거렸다.
성철 스님도 당시를 회고할 때면 "나도 그 때 내가 와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데이"라며 웃곤 했다고 한다.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은 그런 무심한 행동은 당시 성철 스님이 깨달음의 세계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고 풀이했다.
불교의 여름철 수행 정진인 하안거(夏安居)가 2일부터 석달간 일정으로 시작됐다.
이번 하안거 수행 정진에는 전국 각 선원에서 2천500여 수행승이 참여했다.
동화사에서는 금당선원 30여명을 비롯해 부도암, 내원암, 양진암 선원에서 80여명 등 모두 140여명의 수행승이 하안거에 들어갔으며 은해사에서는 수행승 50여명이 하안거 수행 정진에 돌입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큰 고래는 벌써 물결을 누르고서 날아가는데/절름발이 자라는 아직도 다리 곁에서 진흙탕 속을 헤맨다/말도 건너고 나귀도 건너는 뜻 누가 알리오/푸른 버들 그늘 밑엔 동서로 길이 트였구나'라는 내용의 결제(結制.안거의 시작) 법어를 내려 "올여름 한 철동안 잘 참구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거는 일정기간 전국의 승려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수행 정진에 전념하는 불가의 연중행사로 하안거와 동안거로 나뉜다.
석가모니 부처 당시 인도에서 유행(遊行)하는 출가 수행자들이 우기에 땅 속에서 기어나오는 작은 동물을 밟지 않기 위해 유행을 잠시 중단했던 것이 그 기원이다.
불교계에서는 법랍(法臘.스님이 된 뒤로부터 치는 나이)보다 안거에 몇 번이나 참여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길 정도로 안거를 통한 수행 정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보통 새벽 2, 3시부터 시작되는 하안거의 수행 정진은 새벽 입선(入禪)을 시작으로 오전, 오후, 저녁에 몇시간씩 입선을 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선방에 모인 스님들은 각기 벽을 향해 결가부좌 자세를 취하고 수행한다.
수행 중간에 짧은 휴식인 방선(放禪)과 공양이 허락될 뿐이다.
견성의 방편인 화두는 처음 선방에 들어갈 때 조실(혹은 방장) 스님으로부터 받게 되는데, 선방 수좌들이 붙드는 흔한 화두는 '이뭐꼬' 혹은 '무(無)'자 화두이다.
선방 수좌들이 선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이유도 이 화두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특히 일주일간 계속되는 용맹정진 때는 하루 5시간 허락된 수면을 모두 거부하고 장좌불와(長坐不臥)하며 24시간 화두를 참구한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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