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특보가 어제 느닷없이 민주당과의 합당문제를 언급한 것은 결코 느닷없는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에서 '가능성은 없어졌지만 민주대연합'을 언급한 것과 전혀 무관치 않음이 읽히기 때문이다.
'문희상'이 누구인가, 노 대통령의 뱃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람 아닌가? 그러나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란 남으면 남는대로, 모자라면 모자라는대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순리임을 지난 정권에서 뼈저리게 체험한 바다.
그건 구태(舊態)다.
선거 끝난지 며칠됐다고 합당의 연기를 솔솔 피우는가.
노 대통령과 문 특보의 발언들은 아직도 한국정치가 '행간을 읽어야 하는 상황'임을 고백한다.
노 대통령의 민주대연합론에서의 '민주'를 문 특보는 한나라당 민주계가 아닌, 바로 현재의 민주당으로 읽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당장 오시덕 의원에 이어 어제 의정부의 강성종 의원이 선거법위반으로 구속됐고, 김원기 의원이 국회의장이 돼 탈당하게 되면 열린우리당은 149석이 된다.
17대 국회 문열자마자 과반(150석)의 둑이 무너지는 것이다.
결국 17대 국회 초장부터 밀어붙이려 했던 일련의 개혁프로그램이 뒤틀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합당론의 연기를 피운 것이고, 일부 보도대로라면 대통령 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벌써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통합추파를 던졌다.
입건된 여야 국회의원 84명 중 절반이 '우리당'이면 이대로 가면 과반(過半)이 깨어지는 건 거의 확실하다.
그래서 청와대와 우리당 지도부가 조급증에 걸린 모양인데, 이럴때면 꼭 튀어나오는 강자의 논리, 그 편법과 변칙을 우리는 걱정하는 것이다.
이 당이든 저 당이든 결국 반(反)개혁적 인물을 개혁적 인물로 포장해 당선시킨 꼴이 됐다면 부끄러워하고 현실속에서 타협.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개혁정당의 자세라고 믿는다.
'152석-α'가 어떻게 결말날지 모르나 '불안한 과반' 때문에 합당을 꿈꾼다면 금방 침뱉고 돌아선 우물물을 마시는 꼴이다.
합당론이 불신의 모닥불, 상쟁(相爭)의 모닥불로 옮겨붙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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