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고 했다.
우리 속담이다.
이런 망치로 아무리 두들겨 봤자 깊숙이 못이 박힐 리 없다.
오히려 못 대가리만 솟고 손등에 상처 자국 마른 날이 없을 것은 뻔한 이치다.
영국의 선샤인지가 고용주와 지도자를 재미있게 구분해 놓고 있다.
고용주는 권위에 의존하고 공포를 불어넣지만 지도자는 친절에 의존하고 열광을 고취한다.
고용주는 '나'라고 말하고 지도자는 '우리'라고 말한다.
만약 무엇이 고장나면 고용주는 어떻게 고치는가를 뻔히 알면서도 책임에 먼저 눈을 돌리고 지도자는 고장을 수리하는 방법을 당당하게 말해준다.
고용주는 단지 "일하라"고 닦달이지만 지도자는 "일 합시다"며 함께 공동 보조를 맞춘다.
새겨 볼 만한 지적들이다.
새 총리 지명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할 말들을 하고 있다.
할 말이라지만 그 중에는 못 할말도 더러 있다.
뚫린 귓구멍 덕분에 듣기는 들었지만 혹 민망하고 가려울 때도 있는데 하물며 본인의 귓구멍이야 얼마나 간지러울까. 그렇다고 망치로 간지러운 귓구멍을 후빌 수도 없는 일. 무릇 인사란 그래서 가벼운 망치 따위로는 어림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이런 망치로 매사를 흔들어 일을 그르치며 자기 새끼만 기르는 고용주가 얼마나 많은가.
앞 정권 때도 그랬다.
옷가지 몇 벌 가지고 장관까지 들먹거리며 이전투구를 벌인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차 트렁크에 실었느니 돌려 줬느니 하며 청문회까지 벌어지고 패션계의 대가까지 동원됐지만 본명만 들통나 한바탕 시중을 웃겼지 우리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내가 좋아 장관을 시켰고 그 장관은 오래지 않아 고장났다.
물론 수리를 위해 법정까지 갔다.
휴정스님. 흔히 서산대사로 불린다.
그것은 스님이 묘향산에서 많이 살았기 때문이다.
스님의 '선가귀감'은 너무나 잘 알려진 책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는 책이다.
그러나 쉽사리 만만하게 들여다 볼 책만은 아니다.
새기고 새겨 자꾸 새겨야 하는 책이다.
좀 비천한 비유이긴 하지만 듬직한 암소가 되새김질하듯 마음 속으로 새기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래야만 스님의 의도를 소매 끝 정도나마 이해할 수 있고 읽는 이의 마음도 정갈해질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미리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책이란 흔히 그러니 말이다.
가볍게 읽으면 또 그 나름으로 괜찮은 책도 많다.
'선가귀감'은 그러나 가벼운 책은 아니다.
두께가 얇을 뿐이다.
좀 더운 물음 하나 해야겠다.
당신은 진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새삼스럽게 진리라니. 진리라는 말은 솔직히 그 누구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이 말 만큼 쉽게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말도 드물다.
인도의 성자로 불리는 간디도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은 흙보다도 더 겸허함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진리란 흙보다 겸허해 질 수 있다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지 않는가. 당신이 흙보다 더 겸허해질 수 없다면 하는 수 없지만 있다면 응당 '선가귀감'을 읽을 수 있고 읽고 나면 뿌듯한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다.
왜? 흙보다 더 겸허해졌기 때문이다.
휴정스님은 이 책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50여권의 경론과 조사들의 어록을 보고 귀감이 될만한 긴한 것만 추려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에는 수행인으로 지녀야 할 일상적인 행동규범을 간곡히 말하고 있다.
그래서 불가에서만 필독서가 아닌 일반인들도 읽어 볼만하다는 것이다.
요즘 마음 닦는 사람들이 꽤 많고 그 마음들이 실은 진리를 찾는 일이고 보면 '선가귀감'은 충분히 지혜롭게 살아가려는 이 시대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리라는 후련한 선을 휙 그어주고 있다.
그것도 굵은 선으로. 스님이 묘향산 원적암에서 입적하실 때 제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진영을 보며 하신 말씀은 유명하다.
팔십 년 전에는 저게 나이더니
팔십 년 후에는 내가 저인가.
요즘 운전하는 사람들. 정지선으로 야단이다.
정지선 근방에 다다르면 운전자들은 저들끼리 저 차가 정지선을 넘었는가 살피며 서로 어색한 웃음을 웃고 애써 정지선을 넘지 않으려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는 소음 또한 얼마나 어색한가. 정지선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운전자들은 어떻게 이런 선까지 덤빌 줄이야 최근까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게 모두 고용주 아니면 지도자 덕분. 스님 말씀마따나 저게 나인가 내가 저인가. 고용주나 지도자나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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