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이후 정치권은 다투어 상생의 정치와 민생챙기기를 다짐했다.
그러면서 걷는 걸음은 게걸음이다.
진보-보수를 따지면서 좌로, 우로 옆걸음질이다.
중국총리의 한마디에 경제가 한 달이 넘도록 허덕거리는 세상이다.
주한미군이 이라크전으로 차출되는 세상이다.
앞을 보고 똑바로 뛰어도 따라잡기 힘든 세상이다.
정치가는 지도자다.
앞장서는 게 지도자다.
앞장선 지도자들이 우왕좌왕(右往左往)하면 뒤따르는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보수-진보가 무엇인가? 보수-진보는 우선 기본적으로 시간을 대하는 개인의 성향을 말한다.
진보적인 사람은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본다.
변화는 반드시 좋은 방향이라고 낙관한다.
보수적인 사람은 보다 현실적이다.
미래 혹은 변화를 굳이 비관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낙관하지도 않는다.
미래란 단지 불확실할 뿐이다.
불확실한 변화를 택하느니 확실한 현실을 택한다.
보수-진보는 결국 불확실성, 혹은 위험을 대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리고 어느 특정 개인이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이유는 다양하다.
때로는 타고난다.
역사적으로 큰 발견을 한 사람들은 대개 모험적 성향을 타고난 '진보적'인 사람이다.
때로는 개인이 처한 상황을 반영한다.
현실에 만족한 사람보다는 현실에 좌절한 사람들이 변화를 선호하고 그래서 진보적이다.
때로는 시대를 반영한다.
미래가 고도로 불확실하면 사람들은 보수적이 된다.
현실이 참을 수 없으면 사람들은 진보적이 된다.
'보수'-'진보'가 개인의 성향을 말한다면, '보수주의'-'진보주의'는 지도자로서 정치인들의 행동신념을 말한다.
진보주의자들은 국민들을 '보다 나은 미래'로 이끌고 가고자 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국민들을 '위험할 지도 모르는 미래의 구렁텅이'로부터 보호하고자 한다.
그러나 보수주의-진보주의는 무엇보다 보수주의자-진보주의자들이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다.
진보주의는 현실을 '참기 어려운 것'으로 묘사하고,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래를 확실한 것처럼 포장한다.
보수주의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래의 위험을 과장하면서, 현실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정치사에서 보수-진보의 가장 극적인 표현은 (해방 후 3년을 제외하면) 1956년의 대선에서 나타났다.
이승만-자유당의 부패와 독재에 절망한 국민들을 상대로 야당의 신익희 후보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구호로 내세웠다.
그에 대한 여당의 대응은 "갈아봤자 별수없다.
구관이 명관이다"였다.
요컨대 보수-진보는 개인의 성향일 뿐 옳고 그르거나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100% 보수나 100% 진보인 사람은 거의 없다.
중도가 진보나 보수보다 많고, 중도보수가 골수 보수, 중도 진보가 골수 진보보다 많은 것이 대체적인 패턴이다.
그리고 고정된 것도 아니다.
타고난 성향에 더해 개인이 처한 상황, 그것을 지배하는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 개인의 묵시적, 명시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개인이 처한 상황은 국내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반영한다.
시대의 상황은 세계적 차원의 일이다.
냉전종식이후 세계가 매우 불확실해지고, 경제세계화로 개인의 삶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21세기에 들어와 전세계가 보수화 경향을 띠어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지난 10여년간 우리 국가사회는 북핵위기, IMF경제위기, 극적인 남북정상회담 등 고도의 변화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을 겪어왔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불안한 국민들은 보수적이 된다.
보수를 죄악시하는 대통령이 탄핵의 '인당수'에 몸을 던졌을 때 건져준 것은 '사상초유'의 탄핵이후를 우려한 국민들의 보수심리였다.
그런 국민들에게 보수-진보의 양단을 택하라고 강요하는 정치권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보수-진보의 양분법은 양옆만 볼뿐 앞을 보지 못한다.
보수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는 국민들을 현실에 옭아맨다.
진보주의 이데올로기는 국민들로 하여금 현실을 포기하게 만든다.
좌우로 게걸음을 치는 오늘날 우리 정치권은 국민들로 하여금 현실을 포기하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의연하다.
그 의연함이 지난 5일의 지방 재.보선에서 잘 드러났다.
국민들은 좌우로 게걸음치는 정치권을 낮은 투표율로 심판했다.
국민들을 좌와 우로 양분하고, 하나를 선하고 다른 하나를 악한 존재로 만들어 그들간의 싸움을 부추긴 대통령과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우왕좌왕하는 정치인들에게 회초리를 들어 이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다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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