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반기업정서를 해소하자

얼마 전,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적인 관심사에 부응하기 위하여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민생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겠지만 작금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논의의 초점은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후속조치로 15대 대기업에서 올해 46조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발전의 견인차는 기업이고 기업활동의 성패는 곧 그 사회의 경제발전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일자리 창출 역시 농경사회와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이 그 원천이 된다.

따라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창업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경제도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요즘 우리의 경제현장에서 들려오는 것은 기업경영의 활력이 아니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리들뿐이다.

호소는 주로 세 가지 문제로 압축된다.

첫째는 기업활동을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들이고, 둘째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노사문제이며, 셋째는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반기업정서이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풀어야 한다.

더구나 IMF 때보다 더하다는 불황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규제완화와 노사문제는 1차적으로 정부나 관련 당사자가 풀어야 될 과제이지만 반기업정서의 해소는 국민 모두의 몫이기에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2001년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가 주요 22개국 8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반기업정서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 일간지의 한.중.일 3국 비교에서도 우리의 반기업정서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의 반기업정서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기업활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종 제도개선이나 정책적 지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가들이 의욕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일이다.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이 죄인가", "한국에서 기업하기 싫다"고 하소연하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많은 기업인들을 보면 반기업정서의 극복이 시급한 과제임을 절감하게 된다.

지나친 반기업정서는 기업활동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또 그런 의욕의 상실은 필연적으로 투자의 기피와 해외투자로 이어져 국내의 경제활성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사회에 퍼져있는 반기업정서의 일차적인 책임은 일부 부도덕한 기업가들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정경유착의 오랜 폐습이라든가 부의 세습을 위한 편법상속과 각종 탈세 등은 기업가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꾸준히 확산시켜 왔다.

따라서 반기업정서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들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들 스스로 기업에 대한 부정일변도의 편견을 버리고 균형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일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무기력하게 배회하고 있는 가슴아픈 현실을 해결하려면 결국 일자리를 늘릴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하자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러므로 기업가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따끔하게 질책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가들의 의욕을 꾸준히 고취시키고 건전한 기업활동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는 분위기도 적극 만들어 가야한다.

선진국들은 친기업정서의 조성에 매우 적극적이다.

네덜란드는 오랜 기간 품위 있는 경영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해 'Royal' 칭호를 부여함으로써 명예와 존경심을 표시하고 있으며, 영국정부는 기업가정신을 북돋워 주는 민간기관의 캠페인 예산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일자리 보호를 위하여 하루빨리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나가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또한 궁극적으로 기업문화를 건전하게 이끄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심우영 한국국학진흥원장 전 총무처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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