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사 경찰관 54년째 추모행사

"통일되면 고향에 묻어 드리리다"

"남북 통일이 되면 당신의 고향산천에 고이 묻어 드리리다".

경남 합천경찰서가 6.25 당시 홀로 월남해 남쪽을 위해 싸우다 산화한 한 젊은 경찰관의 넋을 추모하는 행사를 어기지 않고 54년째 치러오고 있다.

49주년 현충일을 맞은 지난 6일 박동신 서장을 비롯한 간부 직원과 경찰관들은 합천읍 취적산 죽죽장군 비각 옆에 쓸쓸하게 묻힌 고 유영섭 경위의 묘소를 찾아 벌초와 함께 제례상을 차려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유 경위는 황해도 신기군 신기면 향교리가 고향으로 당시 합천경찰서 순경으로 근무하다 6.25 전쟁전인 49년 8월 27일 합천읍 인곡리 관자마을에서 빨치산과 교전중 순직했다.

경찰 인사기록 카드에는 생년월일이 기록되지 않아 사망 당시의 나이를 알 수 없으며 전사 당시 순경, 사후 경위로 추서됐다는 정도만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전사 이듬해, 당시의 김기찬 서장이 "합천경찰의 수호신으로 모셔야 한다"며 상석과 묘비를 세우고 지난 1987년에는 추모비까지 건립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고향이라 보낼 수 없어 국립묘지 안치도 검토됐으나 당시의 경찰관들이 "우리가 후손이 되어 벌초와 제사를 지내 모시자"며 "남북 통일이 되면 합천경찰서에서 직접 고향에다 고이 묻어야 한다"며 지금껏 정성으로 관리해 왔다.

박동신 서장은 "유 경위는 비록 타향에서 쓸쓸히 잠들고 있지만 합천경찰의 정신적 표상으로 추모돼 온 만큼 해마다 정성을 다하고 경찰의 표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