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5년 미군 감축, 다시 생각해야

미국이 어제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군 감축협상에서 2005년 말까지 1만2천500명을 빼내겠다는 의사를 전격 통보했다.

한국은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다.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협의를 바탕으로 무리 없이 진행 될 것"이라 장담했던 정부의 발표가 몽상이었음이 확인된 셈이다.

미국이 1년 전에 계획을 마련하여 이를 터뜨리는 동안 정부는 속절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이웃 일본까지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감축규모 1만2천500명은 한미간에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이다.

문제는 감축의 시기다.

정부는 미 2사단의 오산.평택 이전이 완료되는 2007년 이후로 발표했고,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5월 미 2사단 1개 여단 3천600명의 이라크 차출을 확정지은 지 불과 20여일 만에 '2005년 말까지 1만2천500명'을 못박은 것이다.

한미동맹은 이제 협의 채널이 아니라 통보채널로 격하되고 있는 인상이다.

미국의 감축안은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1년 6개월의 시한으로는 미군 전력의 공백을 메울 시간적.재정적.기술적 여유가 없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전쟁 초기 북한의 장사정포.미사일 대응과 북한 특수부대의 침투저지다.

이를 한국군이 떠맡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가진 정찰 및 정밀 타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더라도 짧게는 2010년, 길게는 2015년 이후라야 가능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반미정서의 조장과 '배타적 자주국방'이 감축을 조기화시킨 것이다.

정부의 대미외교가 미숙하고 안이했음을 자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한미군 감축협상의 근본문제는 한미동맹관계의 균열에 있다.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지금이라도 국익우선으로 돌아서 한미간 앙금을 털어내는 것이 감축협상을 원만히 진행하는 길이다.

미국도 50년 안보동맹의 미래를 위해 이번 제안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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