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자라보고 놀란가슴…

이해찬 의원의 국무총리 지명을 두고 교육계가 시끌벅적하다.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총리 지명 소식이 나오자 곧바로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장관도 아닌 총리 지명에 교원단체들이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교육계에서는 드문 정치행위다.

더욱 진기한 모습은 좀처럼 손발을 맞추려 들지 않던 두 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는 사실이다.

국무총리가 중앙행정기관을 지휘 감독하는 중요한 자리이고, 어려운 상황에 국정을 이끌어갈 인물로 지목됐다면 그만한 경륜을 지녔는지는 당연히 따져볼 일이다.

특히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 그의 공과를 몸으로 겪었던 교원들이 명확한 평가를 내려주는 것이 국민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리란 점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기자 역시 그의 장관 재임 당시를 혼란스럽게 보낸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무시험 전형, 특기.적성 교육, 교원 정년 단축, BK21 등 하나하나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안이었다.

교육 현장은 급박하게 변해갔지만 정책 혼선과 미비,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교육계의 집단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그는 결국 1년2개월만에 교육계를 떠났다.

이후 그에 대한 교육계의 평가에서 공(功)은 사라지고 과(過)만 남았다.

"후임 장관들은 이 장관이 저지른 개혁 실패의 뒤치다꺼리만 한다"는 혹평이 나돌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이 장관에 대한 평가를 되풀이해 듣기엔 왠지 입맛이 쓰다.

모든 정책에는 찬반과 득실이 있고 세월이 흐르는 사이 공이 과가, 과가 공이 되기도 한다.

이 장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두 교원단체가 그를 총리 후보로 부적절하게 여기는 주요 이유는 학력 저하, 교원 정년 단축과 사기 저하, 이로 인한 공교육 황폐화 등이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으나 거두절미하고 모든 책임을 이 장관 한 사람에게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스럽다.

우선 그가 추진한 개혁 정책의 상당 부분은 이전 김영삼 정부에서 입안됐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천한 것이었고, 정년 단축 등의 조치는 IMF 위기 이후 경제 부처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정년 단축의 경우 학부모들의 지지가 높았고 교육계 내부에서조차 찬성 의견이 적잖았던 정책이다.

이 장관으로 인해 비롯됐다던 학력 저하는 오늘날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전교조 합법화, 교사 체벌 금지, 촌지 악습 개선 등 개혁 성과도 뚜렷하다.

오히려 그가 역점 추진했던 모의고사 응시 제한, 야간 자율학습 폐지 등은 이후 슬그머니 되살아났다가 최근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교사 수급 불균형을 대비하지 못한 점이나 교사들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 대립한 점 등은 비판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후 5년이 흘렀다.

과거 이미지만으로 총리 지명의 적절성을 따지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가 향후 교육정책의 기조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않았는데 교육계가 먼저 떠들썩한 사실이 다른 국민들 눈에 어찌 비칠지 되레 염려스럽다.

그가 과거의 오류를 잊고 잘못을 되풀이할 때 반박해도 충분할 듯 싶다.김재경 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