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소매점 24시간 영업 확산

재래시장.골목상권 "우린 어떡하라고..."

대형소매점들이 앞다투어 매장 24시간 운영 방침을 확대하면서 지역 영세유통업체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현재 24시간 영업하는 대형소매점은 홈플러스 성서점, 이마트 성서점이며 뒤이어 월마트 시지점도 16일부터 24시간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며 전국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대구에서 24시간 영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홈플러스 성서점. 2003년부터 맞벌이나 야간유동인구를 겨냥한 '종일 영업' 체제를 도입했고, 이마트 성서점도 지난 4월부터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월마트는 지난 5월부터 강남점과 평촌점 24시간 영업을 도입했으며, 곧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형 소매점의 24시간 영업에 대해 인근 영세상인들과 재래시장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형소매점의 24시간 판매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인근 슈퍼마켓. 대구 달서구 이곡동 ㅅ슈퍼마켓 김성준씨는 "인근 대형 매장이 종일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져, 타격이 심각하다"면서 "이러다가 곧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정육점 관계자도 "도심 한복판, 주택 밀집지에 대형할인점을 허가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데, 밤낮없이 판매하니 인근 상인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며 유통정책부재를 꼬집었다.

수성구 신매동 소형마트 매장직원은 "인근 대형매장이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해서 생존기로에 놓였다"며 이런 절박한 입장에 처한 소규모 가게업자들이 부지기수라고 우려했다.

재래시장의 반발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밤 시간대 쇼핑객들 가운데 식당 운영자가 많은 만큼 식재료 도매상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것. 칠성시장 식재료 도매상 정남희씨는 "예전엔 식당 주인들 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도 많이 찾아 붐볐는데, 이젠 식당 손님들조차 끊기고 있다"면서 "매출이 60~70% 줄어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전국슈퍼마켓협동조합은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집단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손두재 이사장은 "골목상권이 살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곤 대형소매점들이 문닫은 후 밤시간에 영업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빼앗긴다면 영세상인들은 살아나갈 길이 없다"면서 "전국적으로 대정부 건의, 1천만명 서명운동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사진: 밤 시간대 쇼핑객들 가운데 식당 운영자가 많은 만큼 재래시장 식재료 도매상들이 대형소매점 24시간 영업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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