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순나이 무색한 복싱 지도열정

"원,투 스트레이트, 훅! 더 세게 더 빠르게".

11일 중리중학교 복싱장. 까까머리 중학생 14명이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다부진 눈빛으로 주먹을 뻗고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비인기 종목인 복싱으로 학교와 고장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영광 뒤에는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대구에서 유일한 중학 복싱부를 이끌고 있는 중리중 박종명(朴鍾明.60) 교장.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교기인 복싱으로 후학지도에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박 교장은 태권도 유단 실력을 갖춘 스포츠맨. 2000년 경상중 재직때는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경북기계공고에 몸담고 있을때는 보디빌딩과 육상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지도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중리중 교장으로 부임해 1984년 창단이후 침체된 복싱부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지도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 1, 은 2, 동 1개를 수확하는 등 중리중 복싱부가 화려하게 부활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런 좋은 성적의 밑바탕에는 박 교장과 이상헌(41) 감독의 복싱과 아이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깔려 있었다.

이들은 재래시장과 도살장을 돌며 장만한 장어와 붕어, 전복, 사골 등을 직접 끓여 부원들에게 먹이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

부원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워 평소 구경하기도 힘드는 스태미나식으로 체력을 돋워주기 위해서다.

게다가 매년 두차례 원기회복을 위한 보약도 구해 먹이는가 하면 소년체육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에게 자비로 장학금까지 지급하는 등 애를 쓰고 있다.

박 교장은 평소 인간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진로문제와 고민을 해결해주고 애정으로 가르친 결과 거친 복싱을 하는 학생들이지만 평소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운동하는 학생들은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복싱부 전원 정규수업을 충실히 받도록 하고 방과후에만 운동을 시킨다.

올 소년체육대회서 은메달을 딴 김재형(15.3학년)군은 "교장선생님이 운동하다 다칠까 걱정해주고 음식도 직접 만들어주는 등 친부모처럼 보살펴 준다"고 말했다.

김군은 학급 실장을 맡을 정도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금메달을 딴 강진구군은 지난달 대구시청소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커서 훌륭한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장래희망이다.

"퇴직하는 그 날까지 모든 것을 다 바쳐 중리중 복싱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박 교장의 마지막 희망이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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